"해외출장前 민정수석실에 전화통보 청와대 뒤늦게 문제 삼아"

  • 입력 2002년 11월 19일 18시 43분


김창국 위원장 - 전영한기자
김창국 위원장 - 전영한기자
국가인권위원회 김창국(金昌國) 위원장은 19일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조사하는 국가기구는 독립성이 훼손된다면 존립 근거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이달 9일 아시아태평양 국가인권기구포럼(APF) 출장 때 대통령 허가를 받지 않아 청와대가 엄중경고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은 “인권위는 소속이 없는 독립적 존재”라며 허가받을 필요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26일 인권위 출범 1주년을 앞두고 본보와 단독 회견을 갖고 인권위의 위상과 독립성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출범 초기 ‘국민이 세금을 더 내도 아깝지 않은 인권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1년이라고는 하지만 본격적인 일을 한 지는 6개월 정도 됐다. 임기 3년 동안 인권위가 제 자리잡는 데 전력을 쏟겠다.”

-청와대의 (출장 허가 관련)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올해 5월 대통령께 업무보고를 하면서 출장건을 말씀드렸다. 또 출장을 갈 때 (외교통상부측이) 대통령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혹시나 해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로 출장을 간다는 전화까지 했다. 그런데 갔다 온 후 사정비서관이 인권위 사무총장을 만나 경고를 했다고 한다. 제대로 절차를 갖춰 통보까지 했는데 그걸 문제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인권위도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인 만큼 어딘가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청와대의 발상은) 국가기구가 입법 사법 행정부 아래 속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나온 것이다. 특별검사제는 헌법기관도 아니고 이들 3부에도 속하지 않은 기구가 아닌가. 인권위법을 만들면서 진통을 겪은 것도 바로 독립성 문제였다. 행정부 소속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청와대가 왜 경고했다고 생각하는가.

“청와대에 여쭤봐야 하지 않겠나. 어떤 이는 괘씸죄라고 하는데 우리가 괘씸한 일을 했나.”

-서울지검 피의자 폭행 사망사건을 직권조사하고, 인터넷 기자를 폭행한 주한미군에게 8월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측과 조율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됐을 것이란 견해가 있는데….

“출범 당시부터 어떤 행정부처도 (인권위를) 환영한 곳이 없었다. 시간이 더 흐르고 업무가 자리를 잡아가면 일부 기관의 불만은 해소될 것이다.”

-앞으로 해외출장을 갈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의 허가를 받는 일은 앞으로 생각해 보겠다.”(웃음)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치적 중 하나가 인권위 아닌가.

“그렇다. 올해 5월 대통령께 퇴임 후라도 5년 치적 중 가장 내세울 것이 독립적인 인권위 출범이라고 말했다. 일본도 인권옹호법을 만들면서 우리 인권위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검찰에서 일어난 피의자 사망사건 직권조사의 성과는….

“조사권의 한계와 조사기술의 부족으로 무슨 성과가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인권위가 개입함으로써 검찰이 긴장하고 수사 공정성을 담보해 낸 것이 큰 효과다.”

김 위원장은 1940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수료(4년 1학기)하고 61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80년까지 검사로 일했다. 81년 변호사 개업을 한 뒤 참여연대 공동대표,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10월9일 초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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