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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3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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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삭감〓지난해 국회가 순삭감한 예산액은 6033억원. 하지만 이는 국채 이자율 하락에 따라 이자부담금이 6943억원, 예비비가 2989억원이나 삭감돼 총삭감액이 1조9992억원에 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삭감 효과가 의심되는 이자예산만 줄여 생색을 냈다는 지적이었다.
반면 여야가 증액시킨 예산은 1조3959억원으로 이중 절반이 넘는 7410억원이 ‘침체된 경기부양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운 사회간접자본(SOC)투자였다. 지역구 민원 해결용이었다.
2000년에도 여야는 예산안 감축과 관련해 논란이 됐던 남북협력기금과 국가정보원 예산을 정부 원안대로 해주는 대신 재해대책비 등 예비비에서만 9463억원을 삭감하는 묘수를 발휘했다. 그러나 예비비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언제든지 증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식의 예산 삭감이었다.
▽나눠먹기 담합〓지난해 정부의 예산안 제출이 있은 뒤 한나라당은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부처별조정내용’에서 64건의 지역구사업 예산(7683억원)의 증액을 요구했다. 지역별로는 경남 21, 부산 11, 대구 9, 경북 7건 등 영남 지역 민원사업이 75%였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사업 명목으로 지역구 민원을 해결했다. 행정자치부가 추진한 공동도서관 건립사업의 경우 예산이 반영된 15곳 중 9곳이 민주당 의원 지역구였으며, 548억원 규모의 외국인 전용 단지 부지 매입사업의 94%가 호남지역이었다.
또 사회복지 실업대책 예산 1261억원은 광주 포항 인천 대구 화순(전남) 안동(경북) 청원(충북) 원주(강원) 등 3억∼10억원 규모로 철저하게 지역별로 배분됐다.
2000년 예산 심의에서 삭감한 항목은 45건이었던 반면 지역민원 예산이 중심이 된 증액항목은 140여건이나 됐다. 민주당이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1500억원을 삭감한 남북협력기금을 5000억원으로 회복시키는 대신 한나라당은 영남지역의 민원성 예산을 대폭 확보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