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드는 大選’ 역시 헛구호

  • 입력 2002년 10월 31일 19시 05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미디어를 이용한 완전 선거공영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내놓았던 선거개혁안을 이번 대통령선거에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었지만 선거관계법 개정문제를 논의할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물리적으로 이번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이달 8일 이전에 법 개정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정기국회 회기 중 남아 있는 본회의는 7, 8일 이틀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8월말부터 원내총무 접촉을 통해 정치개혁 특위 구성문제를 논의했으나 특위 위원장 자리를 서로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서는 바람에 시간을 허비했다.

양당은 두 달이 지난 28일 총무회담에서 가까스로 한나라당이 특위 위원장을 맡기로 하고, 위원 구성비율에도 합의했으나 특위 구성안은 아직까지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31일에도 양당 총무는 회담을 열었지만 이 문제는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선관위의 선거개혁안이 무산된 데는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의 소극적인 태도와 민주당의 내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한나라당은 야당의 국정 비판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당연설회 폐지에 반대하는 등 선거개혁안 수용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반대로 민주당은 노무현(盧武鉉) 후보측의 선대위는 선관위 안을 대폭 수용한 독자적인 법안을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당과 선대위가 이원화하면서 당론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했다.

더욱이 양당이 국가정보원 도청 논란과 병풍(兵風)사건 수사결과 등을 놓고 정쟁에 매달리는 바람에 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선거개혁안은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선관위는 선거관계법 개정이 사실상 무산된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전격 합의’에 실낱같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호열(金弧烈) 선거관리실장은 “언제라도 합의만 하면 바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세세한 법조문까지 다 만들어서 국회에 제출해 놓았다”며 “정치권의 선거개혁은 결국 의지와 결단의 문제인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달 17일 선거비용 제한액 공고 시한까지라도 국회가 법을 개정해 줬으면 하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이번에 제안한 선거개혁안이 선거법의 운용에 관한 문제라기보다 주로 선거비용의 공영제와 관련된 것이어서 국회에서 협상테이블만 만들어지면 하루 이틀 만에라도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