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보당국 인지 과정]北核징후 3년새 최소3차례 포착

국가정보원이 25일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정보당국은 99년 초 이후에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북한의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 추진 움직임을 여러 차례 파악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첩보 파악시점으로 밝힌 99년 초 이전에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핵개발 징후가 몇 차례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도 북한의 핵개발 수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99년 초 이전〓미국 노틸러스연구소는 98년 11월 초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1일자 보도를 인용해 강태윤 파키스탄 주재 북한대사관 경제참사관의 부인인 김신애씨가 98년 6월 괴한에게 살해된 소식을 전하면서 “살해 이유는 부인 김씨가 북한과 파키스탄간의 미사일 거래와 관련한 극비정보를 유출했기 때문”이라고 인터넷에 공개했다. 노틸러스연구소측은 이어 “영국의 가트위크 소재 세관은 러시아의 한 연구소가 강씨에게 보낸 우라늄을 무기 수준의 농도로 응축시키는 데 필요한 핵심부품 등 화물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위한 장비 구입을 하고 있다는 이른바 ‘첩보’가 공개된 셈이다.

또 미국 워싱턴타임스는 99년 3월12일자에서 “북한은 사용후 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기존 방식이 아닌 우라늄 농축기술을 개발 중이며, 앞으로 6년 내에 이 방식으로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에너지부 정보자료를 인용해 보도했었다. 이 신문은 “북한은 ‘대송유신’이라는 이름의 무역회사를 통해 주파수 변환기로 불리는 2기의 원심분리기 관련 부속품을 일본 회사에 주문했고, 98년 핵실험을 한 바 있는 파키스탄과 우라늄 농축기술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의 인지 시점〓현재 정부 설명에 따르면 우리 정보당국이 북한의 우라늄 핵개발 계획을 ‘첩보’ 단계로 포착한 것은 워싱턴타임스 보도 이후인 것으로 추정된다.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실장은 21일 “워싱턴타임스 보도 등 외신에 북한의 농축우라늄 장비 도입 보도가 있어서 우리도 관심을 갖고 첩보를 수집해 왔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이후 북한이 파키스탄의 농축우라늄 핵무기 개발연구소인 칸 연구소에 북한 관계자들을 파견한 것을 확인했고, 이 사실을 미국에 통보한 뒤 공동으로 북한의 핵개발 계획을 추적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 밖에도 올 3월 북한이 원심분리기 케이스에 필수적인 고강도 알루미늄을 도입한 사실도 파악하면서 8월쯤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결론은 유보?〓신건(辛建) 국가정보원장은 24일 국회 정보위에서 “농축우라늄을 사용한 핵무기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연구→실험→생산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북한의 현재 수준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기관간에 규명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92년 5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기 이전에 7∼22㎏의 플루토늄을 추출하여 조잡한 형태의 핵무기 1∼3개를 제조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핵무기를 가졌다면 플루토늄탄이지 농축우라늄탄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청와대와 국정원, 국방부의 고위간부들은 모두 17일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아태차관보가 북한이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을 시인했다고 밝힌 이후 한결같이 그 이전부터 ‘첩보’는 확보했으나 확실한 ‘정보’는 아니었기 때문에 8월경 미국으로부터 ‘확실한 정보’를 통보 받기 전까지는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 농축우라늄 핵개발 일지
시기	내용	출처	대응조치
1999년 초	북한, 연구인력들을 파키스탄 ‘칸연구소’에 파견 (이후 3차례)	국가정보원 보고서	미국에 통보
3월	북한, 일본에서 원심분리기 모터 작동 위한 주파수변환기 도입 시도	〃	미국 통보 후 한미 공조로 저지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한 문건 전달	김 대통령, 2002년 10월 23일 대선후보들과의 6자회동서 공개
2002년 3월	북한, 원심분리기 케이스 제조용 고강도 알루미늄 도입	국가정보원 보고서	미국 통보
8월말	미국, 외교경로로 북 핵개발 정보 한국에 통보	임동원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2002년 10월 23일 청와대 6자 회동서 공개	김 대통령에게 보고
10월초	북한, 우라늄 농축공장 건설중	국가정보원 보고서	한미,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결론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