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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27일 2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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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회장은 “1999년 일어난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에서 내가 죄를 뒤집어썼다”며 “당시 현대중공업이 현대전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을 매입한 것은 현대중공업 오너인 정 의원의 결재가 없다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전 회장의 일문일답 내용.
-왜 갑자기 기자회견인가.
“미국에서 월가 전문가들을 만나보니 한국이 투명한 사회가 된다면 현재 주가의 두 배가 된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후보들이 철저히 검증받을 필요가 있다. 정 의원은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이 (증권)감독원의 조작이라고 발언한 적이 있는데 이는 옳지 않다.”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에 정 후보가 관련됐나.
“증권 회장 재임시 현대중공업 자금 1800억원 등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주가를 조작, 이익을 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나는 자금을 동원한 적이 없다. 당시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차원에서 현대전자 유상증자분을 나눠 각 계열사가 자금을 투입했을 뿐이다. 당시 현대중공업이 쏟아 넣은 자금은 인사, 재무를 관리했던 정 의원의 결재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 의원이 자금동원에 직접 관여한 증거가 있는가. 또 현대중공업의 현대전자 주식매입 과정에서 위법이나 주가조작 혐의가 있는가. 자금이 정 의원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있는가.
“정 의원 비자금이 아니라 현대중공업의 정상 자금이다. 주가 조작 여부는 나도 모른다. 다만 정 의원이 이 과정을 얼버무리지 말고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렇다면 왜 당시 검찰 수사에서 자신이 자금을 동원했다고 시인했나.
“검찰 출두하는 날 아침 정주영 명예회장이 나를 불러 처음으로 손을 잡더니 ‘몽준이에게 별일 없도록 이 회장이 잘 처리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가 했다고 시인했다.”
-현재 현대중공업측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전자 주식매입 등과 관련, 나를 상대로 수백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증권 회장하다 받은 퇴직금이 5000만원밖에 안 되는데 수백억원을 물어내라는 것이 말이 되나.”
-증거없이 의혹만 제기하면 정치권에 큰 파문이 일텐데….
“확실한 것은 내가 자금을 동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현대중공업측은 검찰 수사에서 내 전화를 받고 현대전자 주식을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명하라는 것이다.”
-정 의원의 성격까지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정 의원의 송모 비서관이 나를 찾아와 정 의원에게 맞았다며 매를 맞아가면서까지 일을 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사람을 때리는 것은 나쁜 일이다.”
-현대상선의 대북자금 지원 의혹이 일고 있다.
“당시 현대증권 일만 하느라 직접 대북사업에 개입하지 않아 잘 모른다. 다만 현대상선이 당초 계획대로 되지 않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대선 전에 귀국할 계획이다. 정 의원 검증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앞으로도 내가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 소상히 밝히겠다. 귀국 후에는 소액주주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