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10월 27일 18시 4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한나라당의 대정부 주공격수인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27일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김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청와대를 향해 화해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한나라당이 김 대통령의 아들 비리 등을 집중공격하면서 청와대와 극한 대치 상황을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중반 이후 하순봉(河舜鳳) 의원과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간의 ‘핫라인’을 통한 물밑 조율을 해왔으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막힌 상태였다. 서로 믿을 수 없다는 불신감이 일차적 원인이었다.
그러나 대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나라당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고, 그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가 18일 김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수회담에 대해 부정적이던 이 후보가 측근들의 건의를 받은 지 불과 하루 만에 전격 결정한 것은 북한 핵 문제 등 최근의 현안에 대한 김 대통령의 역할을 인정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후보가 최근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로비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공세를 중단토록 지시한 것이나, 정치보복 금지를 거듭 다짐하는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한 고위당직자는 “청와대 안에서도 우리와 화해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 같다”며 “일부 최고위원을 통해 이 같은 뜻이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나라당의 ‘DJ 끌어안기’ 전략엔 김 대통령을 대선 정국에서 ‘중립지대’에 묶어두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후보가 상승세를 굳히긴 했지만 선거 승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김 대통령의 선거 중립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미 반DJ 정서가 폭넓게 확산돼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김 대통령을 몰아붙여 DJ 지지자들이 극한 반발을 보일 경우 오히려 손해라는 시각도 당내에 없지 않다.
김 대통령과의 화해를 추진하는 이면엔 ‘돈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 중 안정적인 자금 확보를 위해선 청와대의 ‘양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임기가 얼마 남았든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기업들은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며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아직도 청와대의 ‘중립 의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최근 민주당의 내분이나 정풍(鄭風·정몽준 의원 바람)에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 대통령과의 화해에 대해 회의론자들은 “일방적 화해로 치달을 경우 예상치 못한 역공을 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대세는 김 대통령에 대한 직접 공격을 자제하는 대신 김 대통령이 ‘이회창 대세론’에 훼방을 놓지 않도록 만드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