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인터넷판 "김정일 과연 능력있는가"

  • 입력 2002년 10월 21일 23시 10분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최근 북한 안팎에서 잇따라 실수를 범함으로써 그의 능력에 대해 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넷판이 21일 보도했다.

신문은 전국방부 관리이자 ‘선을 넘어 : 북한의 협상전략’의 저자 처크 다운스의 기고문('독재자 자리에도 부적절한 김정일')을 통해 7월 이후 △경제개혁 △북-일 정상회담 △신의주 경제특구 설치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 등 김 위원장이 주도한 일련의 정책이 모두 당초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실권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

서방 분석가들은 김 위원장이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후계자로 부각되자 그의 정서 상태, 정치적 배경 등을 문제삼아 그의 장래에 회의를 표시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94년 7월 김 주석이 사망하자 수일 내에 정권이 전복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으나 김 위원장은 김 주석 사후 수년 만에 권력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최근 저지른 일련의 실수들로 인해 그의 능력을 둘러싼 의문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우선 올 7월 경제개혁을 단행, 시장경제 요소를 과감히 도입했지만 과도한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일으켰다.

또 9월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가진 북-일 정상회담에서는 행방불명된 13명의 일본인이 북한으로 납치된 사실을 시인하는 과단성을 보였지만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양빈(楊斌) 어우야그룹 회장을 내세워 야심 찬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계획을 추진하려 했으나 중국측이 양 회장을 체포해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핵개발 프로그램을 시인한 것. 김 위원장의 노림수는 군사 능력을 포기하는 대가로 추가적인 경제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무엇보다 미국인들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말처럼 ‘두려움과 살기를’ 마다하지 않아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김 위원장의 행보는 김 주석이 군사 문제에 관해 속임수와 지연전술로 스스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핵개발 프로그램을 중지하는 대가로 보상을 얻어낸 것과 정면으로 대비된다. 김 위원장이 아버지에 비해 기교가 모자란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아직 북한 내부에서 김 위원장의 힘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절대 권력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북한의 엘리트 그룹이 김 위원장의 사태수습 능력에 의심의 눈길을 보낼 가능성도 있다.

엘리트 그룹이 김 위원장이 취한 조치로 인해 곤경에 처하고 자신들의 삶마저 위협을 받게 된다면, 이들이 새 지도부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인가.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