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北 核시인은 생존전략"

  • 입력 2002년 10월 21일 18시 53분


뉴욕타임스는 20일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북한의 자백: 왜?’라는 기사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 시인은 충동적인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전술적으로 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요약.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 사람들은 ‘미치광이 마키아벨리스트’나 ‘예측 불가능한 괴상망측한 이’라고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그의 리더십이 기묘한 형태이긴 하지만 그의 결정들은 결코 비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미 조지타운대 한국인 전문가인 빅터 차는 “북한이 최근 핵무기 개발을 시인한 것은 갑작스러운 전술적 변화”라며 “미국이 이라크 문제에 빠져있는 시기를 적절히 이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미국은 증거를 쥐고 있었고, 북한은 달리 출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간 국제사회에서 소외돼왔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졌다. 중국은 북한이 기댈 만한 오래 우방으로서 존재해 왔지만 최근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최근 북한은 자유무역을 위해 신의주 특별행정구를 마련키로 하고 행정장관으로 중국인 양빈(楊斌)을 선임했으나 중국은 그마저 체포해버렸다.

김 위원장은 북한 경제가 무너져 가는 시점에 ‘관대한 친구’조차 없는 상태에 서게 됐다.

그는 경제 개방을 위한 몇 가지 주요한 개혁 조치와 변화를 도입했으며 이 같은 변화의 하나가 최근의 ‘자백 외교(Diplomacy by confession)’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달 북-일 정상회담에서도 그간 강력히 부인해오던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접근법을 썼다.

일본은 북한과 관계 정상화가 되면 장기간의 경제 원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북한이 세계 경제 속에 편입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북한 내부의 화급한 필요성을 감안한다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인 사실은 실용적인 것으로 비친다.

또한 북한이 핵개발을 시인한 것은 김 위원장이 새로운 지도자이며, 그의 리더십은 테러나 비밀 수단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국제사회를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조지아대 부설 국제문제연구센터의 한 S 박 소장이 지적했다.

워싱턴 소재 국제정책센터 국가안보프로그램 소장인 셀리그 해리슨은 “북한은 항상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추진을 희망해왔다”면서 “어색하지만 지금 북한은 협상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북한이 지금 말하려는 것은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위협하지 말고 관계 정상화를 추진한다면 핵 개발을 끝내고 사찰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 협상할 준비가 돼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