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8월 21일 18시 4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18, 19일 평양에서 열린 북-일 적십자회담 취재를 다녀온 한 일본 신문기자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북측 태도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주된 현안인 일본인 실종자 납치의혹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측이 요청도 안했는데 북한 인민보안성과 인민위원회 간부들이 호텔까지 찾아와 조사 경위를 설명했다. 미리 준비한 문서를 읽어내리는 선에 불과했지만 전례없는 일이었다.
또 한 기자는 마침 회담 첫날인 18일이 생일이었는데 북측은 여권에 기재된 생년월일을 미리 파악하고 있다가 저녁 만찬 때 축하케이크와 꽃다발을 보내오기도 했다.
예전에는 논조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부 우익신문의 기자에 대해선 입국을 거부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방북 신청자 전원을 아무 조건없이 받아들였다. 북측 안내원들은 산케이신문 기자에게도 “비협조적으로 쓰지 말아달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비용면에서도 신경을 쓴 기색이 역력했다. 1999년 평양에서 열린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때 고려호텔 숙박료가 1박에 200달러 안팎이었던 것이 이번에는 절반 수준인 100달러로 낮아졌다. 외무성이 마련한 프레스룸 설치비도 당초 예상액 22만엔의 절반 수준만 받았다.
송신은 물론 수신분까지 받아온 통신료도 이번에는 송신요금만 청구했다. 프레스룸에서는 북한 국내 인터넷 회선을 통해 분당 50센트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
한 일본기자는 “북측 인사들은 일본측 참가자들에게 의식적으로 부드러운 말투를 쓰는 것 같았다”고 말하고 “그러나 북-일수교 교섭이나 일본측의 납치의혹 제기 등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와 보상이 우선’이라고 못박았다”고 덧붙였다.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