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부산이 내가 귀한줄 모른다”

  • 입력 2002년 6월 9일 22시 44분


“부산이 날 죽이려고 하는 모양이다. (부산사람들이) 대통령 미운 줄만 알았지 노무현 귀한 줄 모른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9일 경기 광주시에서 기자간담회 도중 “부산이 잘 안 된다. 나에 대한 지지가 한이헌(韓利憲) 시장후보로 연결되지 않는다. 내가 죽는 건 겁이 안 난다. 이번엔 내 선거가 아니지만 한번쯤 봐줘야 하는데 이번에도 본척만척한다”고 섭섭해했다.

그는 이어 “부산과 경남 중 한군데도 당선되지 못하면 후보 재신임을 받아야 하고 자리도 내놓아야 한다. 후보 지위를 걸고 하는데도 부산사람들이 ‘민숭민숭’하니까 날 죽이려고 하는 것 아닌가. 부산에서 그동안 나를 3번이나 떨어뜨리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한이헌 후보는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 금융실명제와 부동산투기 억제 등 개혁을 주도했고 부산 상공계에서도 거부감이 없어 후보로 손색이 없는데 당이 나빠 어려움에 처해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내가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부산에서는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 DJ를 처벌하지 못하니까 안 찍겠다는 얘기도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잘못이 있으면 조사하고 밝히면 되지, 미우니까 보복할 사람을 찾는다면 아예 대통령 안 하는 게 낫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신념이나 소신보다는 이해관계와 자리만을 노리는 이익의 정치라는 점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그런 정치를 한번 끊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노 후보 발언에 대해 “작심하고 부산 유권자들을 향해 승부수를 띄우려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광주(경기)〓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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