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홍업씨 처리연기' 공방…"또 정치검찰이냐"

  • 입력 2002년 5월 26일 18시 21분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위)와 민주당 김원길 사무총장의 모습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위)와 민주당 김원길 사무총장의 모습
월드컵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명분으로 한 정치권의 정쟁(政爭)중단 약속이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정쟁중단 기자회견을 한 지 하루만에 좌초 위기에 빠졌다.

발단은 검찰이 24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둘째아들 홍업(弘業)씨에 대한 형사처벌을 월드컵대회가 끝난 뒤로 연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서 비롯됐다.

한나라당은 서 대표의 정쟁중단 기자회견에 때맞춰 검찰의 홍업씨 소환 연기 방침이 나오자 “정쟁 중단 합의를 악용한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한나라당 내에서는 서 대표의 정쟁중단 선언에 대해 비판론이 없지 않았다.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의혹이 지방선거의 핵심쟁점으로 이슈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민주당의 ‘월드컵 여론몰이’에 맥없이 무너졌다는 내부 불만들이었다.

서청원 대표가 25일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정쟁중단 철회’를 불사하겠다고 흥분한 배경에는 이런 사정도 작용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내부에 엄정 수사하자는 입장과 정치검찰의 준동이라는 두 개의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홍업씨 소환 연기는 일부 정치검사들의 반발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홍업씨 문제로 ‘정쟁 중단’ 약속이 파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쟁 중단 약속을 깰 경우 한나라당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다.

25일 중앙선대위 본부장 회의 직후 정범구(鄭範九) 대변인은 “검찰 수사방향에 대해 원내 제1당 대표가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이런 식의 속 좁은 정치를 국민은 원치 않는다”며 한나라당 서 대표의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홍업씨 문제는 검찰에 맡기자고 거듭 촉구한 뒤 “정치권은 정쟁을 중단하고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매진하는 게 바람직하며, 한나라당은 자칫 속 좁은 정치로 보여질 수 있는 모습을 자제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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