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거주 탈북 여성들 극빈생활

  • 입력 2002년 5월 17일 18시 55분


노르베르트 폴러첸 박사(오른쪽) - 박영대기자
노르베르트 폴러첸 박사(오른쪽) - 박영대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본부장 김상철·金尙哲)는 17일 탈북자 관련 자료집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생활과 인권유린 현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운동본부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탈북난민보호유엔청원 1180만명 서명 전달’ 1주년 기념식에서 배포한 이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국과 러시아에서 떠돌고 있는 탈북자가 10만명 선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탈북자들은 신분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기본적 인권을 침해당해도 호소할 데가 없으며 대부분 극빈 생활을 하고 있는 등 심각한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집에 나타난 인권 유린 실태를 요약해 소개한다.

▽인신매매〓1990년대 초반에는 탈북 여성들이 주로 농촌지역에 사는 중국동포 노총각의 결혼 상대로 소개됐으나 지금은 한족 남성들의 탈북 여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매매혼이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탈북자는 중국에서 결혼을 해도 법적으로 인정된 혼인관계가 아니어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태다.

최근엔 일부 탈북 여성들이 산간 오지나 농촌, 향락업소에 팔려가 감금된 채로 성폭행을 당하거나 원치 않는 임신과 매춘을 강요당하기도 한다. 또 탈북을 원하는 북한 여성들을 데려와 매춘을 알선하는 전문조직도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동 착취〓탈북자들은 신분이 불안정해 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착취당하고 있다. 친척 등의 도움을 받고 있는 탈북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은신처를 구하기 위해산간 오지에서 양몰이를 하거나 벌목장에서 일하기도 한다.

현지인들이 꺼리는 힘든 작업을 하면서도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체불 임금을 요구할 경우엔 고발하겠다는 협박을 받거나 폭행당하기 일쑤다.

임금을 요구하다 중국 당국에 고발돼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거나 피신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탈북자 지원단체 중 하나인 ‘좋은 벗들’에 따르면 일하면서 생활하는 탈북자들 중 40.9%가 숙식은 제공받지만 임금은 전혀 못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제 송환〓중국은 1998년 7월 이후 대대적인 탈북자 단속활동을 펼치고 있다. 송환되는 탈북자의 다수는 혼자 힘으로 도피할 능력이 없는 어린이들로 거리를 배회하다 검거되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들은 어른에 비해 송환 후 처벌이 약하기 때문에 탈북 시도와 송환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어린이 탈북자들의 경우 송환 후 40% 정도가 재탈북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내 탈북자들은 체포될 경우 현지에 파견돼 있는 북한 안전원에게 인계되는데 송환 과정에서 반항하면 즉결 처형되기도 한다.

▽건강 파괴〓탈북자들은 심각한 식량난 때문에 영양결핍으로 질병을 앓고 있으며 탈출 과정에서의 상해 등으로 인해 건강상태가 극도로 악화돼 있다. 어린이들은 영양실조로 신체 발달이 안 돼 나이보다 3, 4세 아래로 보이기 때문에 나이가 차도 일자리를 얻기가 힘들다.

특히 어린이와 여성들은 폐결핵, 간염 등 영양 상태와 관련된 질병들을 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탈북 어린이들은 성장발육의 이상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공포 상태에 놓여 있고 교육을 받을 수 없어 성장 이후에도 정상적인 성인으로 살아가기가 어렵다.

성인들 역시 자녀와 가족의 사망과 같은 극한 상황으로 인해 심리적 혼란을 겪는 사람이 많고 중국에서 기대했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 강도,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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