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씨 검찰출두]DJ-이희호여사 사이 유일 혈육

  • 입력 2002년 5월 16일 18시 49분


초등학교 졸업식- 김홍일 의원과 부인 윤혜라씨, 홍걸씨, 이희호 여사, 김홍업씨
초등학교 졸업식- 김홍일 의원과 부인 윤혜라씨, 홍걸씨, 이희호 여사, 김홍업씨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는 장남 김홍일(金弘一) 의원이나 차남 홍업(弘業)씨와 달리 세간에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김 대통령의 야당총재 시절에는 어린 나이였던 데다 90년대 중반 일찍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유학생 신분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김 대통령과 이희호(李姬鎬) 여사의 유일한 혈육인 데다 김 대통령이 마흔이 넘어 태어난 늦둥이여서 유독 귀여움을 많이 받고 자랐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내성적이었고, 말수가 적어 동교동 자택을 드나들던 비서들과도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동교동 관계자들의 기억이다. 그런 탓에 친구도 없는 편이었다.

이는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시절에 김 대통령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되고 중앙정보부에 납치돼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후 장기간 가택연금을 당하는 파란과 역경을 겪는 상황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사람들의 얘기다.

그는 이화여대 부속고교를 다니던 80년에는 5·18 사건으로 부친 김 대통령은 물론 홍일, 홍업씨 등 두 형까지 계엄당국에 끌려가자 어머니 이희호 여사와 단둘이 동교동 자택을 지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 대통령은 세 아들에게 보낸 ‘옥중서한’에서도 “홍걸의 처지는 눈물없이 생각할 수 없다”고 적어 막내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애틋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려대 불문학과를 마친 홍걸씨는 91년 부산 출신인 임미경씨와 결혼해 현재 8세와 6세의 아들 둘을 두고 있다.

90년대 중반 미국 남캘리포니아 주립대(USC)에 유학을 간 그는 초기에는 로스앤젤레스 그린데일의 월세아파트에 살며 낡은 왜건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평범한 유학생이었다. 나중에 부친이 김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웃주민들이 오히려 놀라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김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넓은 관저에 노부부만 살기가 적적해 홍걸씨 가족에게 들어와 함께 살 것을 권유했을 때도 홍걸씨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그러나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와의 만남이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최씨와 가까워진 홍걸씨는 1년에 10여 차례 이상 국내에 드나들면서 간혹 청와대에 알리지도 않았는가 하면, 최씨와의 관계를 꾸짖는 형들에게 “나한테 해준 게 뭐 있느냐”고 대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유학생 신분에 맞지 않게 로스앤젤레스의 부촌인 팔로스버디스에 97만달러짜리 단독주택을 구입하고 고가의 렉서스 승용차를 몰고 다니던 ‘호화생활’ 끝에 그는 검찰에 소환됐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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