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신문 국유화 발언' 파장 "내가 굴복않자 언론이 공격"

  • 입력 2002년 4월 5일 18시 16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메이저 신문 국유화’ 발언 여부를 놓고 이를 폭로한 이인제(李仁濟) 후보측과 노 후보측간에 치열한 공방이 5일에도 계속됐다.

▽이 후보측 공세〓이 후보는 이날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기자가 자발적으로 찾아와 당시 발언 내용을 자세하게 얘기해 주었는데 우연히 나온 감정 표출이 아니라 상당히 구체적 내용이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확인을 시켰더니 참석 기자들 입에서 일치된 얘기가 나왔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나는 언론으로부터 가장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노동부장관 시절 무노동 부분임금 판례를 든 것을 두고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대선 때는 내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한테 200억원을 받았다는 보도로 인해 지지율이 뚝 떨어졌다. 그러나 정치인이나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것은 숙명적이다”는 자신의 언론관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기자들이 “당시 참석 기자들은 어느 누구도 이 후보측에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확실히 확인한 것이냐”고 묻자, “그것은 진실이다. 거짓말하는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고 잘라 말한 뒤 “(발언 내용을 폭로한) 김윤수(金允秀) 공보특보를 고발하면 사실관계가 확인될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한 핵심 참모도 “3월초 참석 기자 중 1명으로부터 대화 내용을 상세히 전해듣고 이를 이 후보에게 보고했고 그 메모를 갖고 있다”며 “노 후보의 발언은 분명한 사실이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측 반박〓노 후보는 이에 “실수로라도 할 수 없는 발언이다. 나는 국유화를 모른다. 완전 조작이다”며 목청을 높였다.

그는 “지난해 8월에 내가 국유화를 말했다면 반드시 당시에 보도됐어야 옳다. 그 전까지 없었던 엄청나게 충격적이고 새로운 사실이기 때문에 당시에 보도되는 게 옳지 않느냐”며 “왜 언론이 자신들의 말로 쓰지 이 후보의 입을 빌려 쓰는가. 당당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완전히 막가파식 보도다”고 흥분했다.

그는 그러나 법적 대응 여부에 대해서는 “이 판에서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은 싸움에 깊이 말리는 것이므로 좋지 않다. 말로만 하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당시 배석했던 유종필(柳鍾珌) 공보특보도 “‘국유화 운운’은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TV토론 공방〓두 후보는 전날 밤 열린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서도 험구(險口)를 주고받으며 공방을 벌였다.

이 후보가 먼저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위치에 있는데 언론의 국유화는 민주주의와 관계가 없다”며 포문을 열자, 노 후보는 “내가 언론의 소유지분문제를 얘기해 왔는데 이에 거슬린 메이저 언론이 집요하게 공격했고 내가 굽히지 않자 이걸 슬쩍 흘려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쓰게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없는 말 가지고 하는 게 아니다. 특정 신문의 회장을 문제삼고 퇴장하라고까지 하지 않았느냐”고 재차 따져 묻자 노 후보는 “술자리에서 한 이야기를 다 따지면…”이라며 “자기가 책임지고 밝히는 정치적 견해가 진짜 정치적 견해지. 그럼 내가 겉으로 소유지분 제한을 이야기하고 속으로는 국유화하려는 음모라도 꾸민다는 얘기냐”고 맞받았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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