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광대가가 北 군사비로?

  • 입력 2002년 3월 27일 18시 11분


그동안 물밑으로만 나돌던 ‘설(說)’이 드디어 수면으로 떠올랐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대가로 지금까지 현대가 북측에 지급해 온 4억달러가 군사비로 전용됐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최근 공개된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적어도 미 중앙정보국(CIA)과 주한미군사령부는 그렇게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또 CIA가 이 같은 내용을 작년 2월 한국정부에 전달했는데도 한국 측은 관광사업을 재정 지원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실 관광대가 지급 방식은 이 사업이 시작된 1998년 11월 이래 특히 미국측 정보관계자들 사이에서 줄곧 논란이 돼온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식량구입 등 특정 용도에 한정하지 않은 채 9억4200만달러라는 거액을 현금으로 북측에 주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이 돈이 북측의 정식 국가예산에 편입되지 않고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사금고’에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한 적도 있고, 이런 여론을 의식한 정부는 1999년 10월 국회에 출석한 김종필(金鍾泌) 당시 총리를 통해 “관광대가를 현금에서 현물로 대체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측이 실제로 관광대가를 군사비로 전용했는지 여부를 지금으로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가 ‘햇볕정책의 옥동자’라는 명분 하나로 경영난에 직면한 이 사업에 고집스레 매달리고, 최근까지도 비상식적인 지원책을 내놓는 등의 현실 인식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북측이 관광대가를 군사비에 전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금강산관광이 긴장완화는커녕 상대의 전력강화에 보탬이 돼 준 셈이 아닌가.

국가안보와 관련되는 문제는 가장 보수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지금이라도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관광대가 지급 방식의 변경 등 이 사업의 기본 틀을 바꾸기 위한 노력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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