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도라산역 침목 서명 "이 철로가 한국 이산가족 재결합"

  • 입력 2002년 2월 20일 18시 36분


“이 철로가 한국의 이산가족들을 재결합시켜 주기를…(may this railroad unite Korean families).”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20일 도라산역에 도착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경의선 복구공사에 관한 브리핑을 들은 뒤 철로 침목에 이렇게 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귀엣말로 “북한이 경의선을 다시 연결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대답했다.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침목 원본은 철도박물관에, 원형을 그대로 복사한 침목은 후일 경의선이 연결됐을 때 남측 철로의 마지막 침목으로 사용된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최전방에 위치한 미군 관측소를 방문, 부대장인 윌리엄 밀러 중령이 1976년 북한군이 미군 2명을 도끼로 쳐 죽인 사건을 얘기하자 “내가 그들을 악(evil)이라고 생각하는 게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날 저녁 청와대 리셉션에는 3부 요인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 민주당 한광옥(韓光玉) 대표 등 각계인사 120여명이 참석했다. 김 대통령이 건배사에서 “포도주와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속담처럼 한미양국 간 오랜 우호협력의 역사가 21세기에도 더한층 성숙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자 좌중에 박수가 터졌다.

부시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김 대통령과 나는 오늘 비무장지대에서 공동의 희망을 상징하는 철도와 도로를 봤다”며 “김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대결을 종식하고 화해하는 보다 나은 길을 제시한 만큼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을 수행해 리셉션에 참석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행사장 앞쪽에 있던 이회창 총재에게 다가가 포옹하면서 반가움을 표시했다.

리셉션에 이어 김 대통령 내외와 부시 대통령 내외는 양국 핵심관계자 16명과 함께 전통놋그릇에 신선로와 고기산적, 갈비살구이 등 한식으로 만찬을 했다.

만찬에서 김 대통령이 “한국인 박찬호 선수가 미국 텍사스 레인저스의 선발 투수가 됐다”고 말하자 부시 대통령은 “나는 텍사스 레인저스를 아주 좋아하는 팬이다”고 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주지사를 지내기 전인 89년부터 94년까지 텍사스 레인저스의 공동구단주를 지냈다.

김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앞둔 점을 감안, 중국과의 협상 경험담을 잠시 얘기하기도 했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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