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벌써과열]<1>너도나도 출사표

  • 입력 2002년 2월 13일 18시 24분


4년 전 여수시와 여천시, 여천군 등 ‘3려(麗)’가 통합되면서 전남의 제2도시가 된 여수시에서는 지금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시장 후보’ 얘기가 단연 화제다.

민주당 아성인 전남지역에서 유일하게 무소속 직함을 유지하고 있는 현 여수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인사는 전직 시장 2명을 비롯해 전 시의회의장, 전 경찰서장, 수산인협회장, 공인회계사, 환경단체 대표 등 모두 8명. 1998년 지방선거 때의 출마자 3명에 비하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셈.

다음달 출마를 선언할 예정인 A씨는 “주민들 사이에 ‘지구당 위원장이 누구를 점찍었다’, ‘민주당 경선에서 누가 우세하다’는 등의 얘기가 입소문으로 퍼져 벌써부터 과열양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지역에서는 도의원들이 너도나도 자치단체장 출마를 선언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현직 시장이 불출마 뜻을 굳힌 창원시장 후보에는 10여명이 넘는 인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2000년 8월 현직 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강원 동해시의 경우 도의원, 상공인, 고교 교장, 전직 공무원, 예술단체 대표 등 무려 12명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면서 강원지역 최대 경합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경북지역 23개 시 군 단체장 출마를 준비 중인 인사는 130여명. 지난해 군수가 뇌물수수 등 혐의로 중도하차해 공석인 칠곡, 성주, 울릉군 등지에서는 입후보자들이 10여명씩 뛰고 있다.

올해 광역 기초단체장 선거에는 현직 단체장 상당수가 2선 또는 3선에 도전하고 전직 관료와 대학총장, 지방공사장 등 인사들이 대거 나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더구나 지방자치개혁연대(자치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 사회단체도 후보를 내기로 해 4년 전 선거 때보다 경쟁률이 훨씬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치연대는 최근 광주에서 ‘전국지역 활동가대회’를 열고 지역감정에 기대는 기존 정당의 선거구도를 타파하고 지역중심의 정책선거를 위해 올 지방선거에 적극 참여키로 결의했다.

이 단체는 영남권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와 자치연대 후보, 호남권에서는 민주당 후보와 자치연대 후보, 수도권에서는 민주당, 한나라당, 자치연대 후보의 3파전 구도를 형성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자치연대는 특히 이번 선거에 서울, 대구, 광주, 경남, 전남 등 5개 지역에 무소속 광역단체장 및 광역 기초의원 후보를 시민공개예비경선을 통해 출마시킬 방침이다.

자치연대 문태룡 선거기획단장은 “무소속 연대 형태로 지자체 선거에 출마하는 전국 자치연대 총 후보군은 수백명이 될 것”이라며 “특히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에 집중 출마해 기초단위에서부터 풀뿌리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데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지역별로 녹색자치위원회를 구성해 후보군 선정기준과 방법 등을 논의한 뒤 ‘녹색후보’를 낼 예정이며 민주노총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기초단체장과 시구의원 등에 출마할 후보를 금명간 확정키로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정당들이 유권자가 직접 참여하는 예비선거제와 당내 경선을 통한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키로 함에 따라 예비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경선 주자들은 상향식 공천제도가 지역정가의 발전은 물론 중앙집권적 정치행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대의원수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재출마 앞둔 어느 단체장▼

이번 지방선거에 재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광역단체장인 A씨의 평소 기상 시간은 오전 4시반.

그는 기상하자마자 먼저 배달된 조간신문을 30여분간 훑어본 뒤 직접 차를 몰고 나가 조깅을 한다. 그리고는 집 근처 헬스클럽에 들러 조금 더 운동을 하고 간단히 샤워를 마친 뒤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오전 7시반.

오전 일찍 특별한 행사가 없으면 아침식사를 한 뒤 출근하는 것으로 그의 하루는 시작된다.

하지만 설을 며칠 앞둔 이날은 관내 다른 관공서에서 특별한 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바로 출근하지 않고 오전 9시에 집을 나서서 1시간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 곳 관계자와 주민 등 100여명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2시간가량 진행된 행사에 참석했다. 주민과의 대화시간에 일부 주민이 민원문제를 들고 나왔지만 ‘해주겠다’고 약속하면 선거법상 저촉이 되기 때문에 “적극 고려하겠다”는 선에서 답변을 마무리했다.

행사를 마친 뒤 관할 경찰서를 방문해 경찰 간부 10여명과 치안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 인근 시장과 노인복지회관을 방문해 주민 200여명과 악수하고 간단한 대화를 나눈 뒤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3시.

쉴 틈도 없이 기다리고 있던 손님과 20분 정도 면담했다. 오후 3시반부터 1시간 정도 밀린 결재를 하고 곧이어 방문객 2명을 또 만났다.

오후 5시반에는 참모들과 30여분간 회의를 했고 오후 6시부터 현안 해결을 담당한 직원 10여명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한 뒤 오후 9시경 귀가했다.

다음날도 그의 일정은 소속 정당의 바자 행사와 유관단체의 행사, 미술전 개막식 행사 참석 등 8건이 빽빽이 잡혀 있었다.

부산〓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바로잡습니다]

△14일자 A5면 ‘6·13 지방선거 벌써 과열’ 기사에서 올해 지방선거 정원 그래프의 대상별 숫자는 광역 단체장 16명, 기초 단체장 232명, 광역 의원 690명,기초 의원 3490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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