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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8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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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가족 공세 방치 못해”〓김 대통령이 진승현 게이트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김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데도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남인 김홍일(金弘一) 민주당 의원에 이어 차남인 김홍업(金弘業) 아태재단 부이사장까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실명이 거론되는 상황에 이르자 김 대통령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은 최근 일부 언론에 민주당 당료 출신 최택곤(崔澤坤)씨가 김홍일 의원 명의의 돈봉투를 돌리고 다녔다는 보도가 나오자 즉각 관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정치 일선에 몸담고 있는 김홍일 의원은 그렇다 쳐도 아무 공직도 맡고 있지 않은 김홍업 부이사장까지 정치 공방의 대상이 되는 상황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청와대의 기본 시각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최근 대통령 가족들을 대상으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한 결과 이무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김 대통령이 성역없는 수사를 지시한 이면에는 하등 거리낄 것이 없다는 자신감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차제에 다 털고 가야 한다”〓김 대통령이 성역없는 수사를 공개 언급한 데는 차제에 권력핵심 주변의 각종 의혹 사건을 털어내지 않고서는 임기말 국정운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들 간에는 이번 진승현 게이트와 관련해 전직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국가정보원 2차장 등 권력핵심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드러나면서 ‘초당적 국정운영’이라는 김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명분이 크게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여권 실세들간의 암투설이 불거지는 등 여권내 기강해이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정리를 하지 않으면 국정운영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로서는 또 김홍일 의원이 88년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회장의 돈상자를 수수했다는 설에 대해 한나라당이 김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촉구하는 등 공세를 확대하고 있는 데 대한 부담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 대해서도 분명한 방어선을 설정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