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명의 돈봉투’ 살포說 파문 확산

  • 입력 2001년 12월 16일 18시 15분


민주당 당료 최택곤(崔澤坤)씨가 검찰 간부들에게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격려금이라며 돈을 전달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로 파문이 일고 있다.

▽보도 내용 및 검찰 반응〓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최근 수년간 검찰의 일부 고위간부들을 찾아다니며 김 의원 및 권노갑(權魯甲) 전 의원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김 의원의 이름이 인쇄된 봉투에 수백만원씩 담아 전달했다는 것.

그러나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李炅在) 변호사는 최씨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들도 “처음 듣는 얘기”라며 “진위 여부를 파악해 보겠다”고 말하고 있다.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부 차관에게 전달하겠다며 MCI코리아 소유주 진승현(陳承鉉)씨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최씨가 다른 검찰 간부들에게도 돈을 전달했는지 확인해 보겠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최씨가 진씨에게서 받은 돈 중 일부를 김 의원 명의로 검찰 간부들에게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최씨에 대한 평판과 조사 과정에서 최씨의 오락가락한 언행 등으로 비춰볼 때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수사진에게 옆 방 검사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예전부터 친하고 인사에도 개입해 도와줬다’고 주장해 확인해 보면 전혀 사실무근임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며 “그 중에는 내 얘기도 있었는데 완전히 거짓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이 어떻게 진씨의 핵심 로비스트라는 얘기를 듣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평소에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친하게 지낸다고 과시하고 다녀 이런 의혹이 제기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진상규명 촉구〓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성명에서 “현직 대통령 아들의 돈 봉투가 돌려져 문제가 된 것은 역대에 없던 일로 도덕성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진상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검찰에서 ‘최씨가 스스로 위세를 과시하려는 것’이라는 등의 말이 나오는 등 검찰이 수위를 조절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김 의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철저하고 분명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측 대응〓김 의원측은 “정말 황당무계한 일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며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돈 살포’설을 보도한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이를 인용해 성명을 발표한 한나라당 권 대변인의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조용히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 측근은 “김 의원이 보도를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기만 하더라”며 “무슨 일만 터지면 아무 근거도 없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김 의원 이름이 등장하고, (관련이 없다고 해명을 했는데도) 야당은 ‘대통령 아들이 어쩌고’하며 성명서를 내 맞장구를 치는데, 정말 한두 번도 아니고…”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 의원측은 “김 의원이 최씨를 알고는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에 오래 몸담았던 사람치고 최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김 의원이 최씨와 ‘특별한 관계’를 맺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정용관·이명건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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