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 중단 초읽기…관광특구 지정요구 무산

  • 입력 2001년 12월 16일 18시 11분


현대아산이 북한측에 제시한 ‘금강산 관광특구 15일까지 지정’ 요구가 결국 무산되면서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대아산은 16일 “북한 아태평화위원회가 관광특구 지정 합의시한인 15일까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회사 형편에 따라 금강산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통일부와 문화관광부도 “북측과 현대가 금강산 관광특구 지정 등 현안을 해결하지 않는 한 현대아산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며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아산과 북한 아태평화위는 이달 초 금강산에서 열린 협상에서 관광특구 지정이 15일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한국 정부와도 협의할 사안이 있어 금강산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발표를 즉각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관광특구 연내지정이 이루어지도록 북측과 한 차례 더 협상한 뒤 진전상태를 보아가며 (금강산 사업) 중단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특구가 조기에 지정되지 않더라도 관광객이 많이 몰리면 관광선의 축소 운영으로 당분간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의 복안이지만 이마저 가능성이 낮은 상태이다. 현대아산은 최근 금강산 관광객이 크게 줄자 사흘에 한번씩 출항하는 배편을 1주일에 한 번씩만 띄우기로 했다.

정부쪽에서는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엿보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되더라도 경색된 남북관계가 호전되면 관광특구 문제도 풀리게 되고 사업도 재개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 위기에 처하자 경실련 통일협회,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최근 ‘금강산을 사랑하는 범국민연대’ 설립을 위한 준비위원회 발족식을 갖고 이 사업을 살리기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

▼새해맞이 南北행사 무산될듯▼

북측의 제안으로 우리 민간단체들이 추진해온 ‘새해맞이 남북공동행사’가 무산될 전망이다. 대신 우리측 민간단체들은 구정을 전후해 ‘설맞이 남북공동행사’를 갖자고 북측에 제안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7대종단 모임인 온겨레 손잡기 운동본부 관계자는 16일 “금강산에서 갖기로 했던 새해맞이 행사 참여 문제를 협의한 결과 남북관계에 도움이 될지 의심스럽다는 종단 내부의 의견이 제기됐고 시간적으로도 너무 촉박해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대신 내년 2월12일을 전후로 한 ‘설맞이 남북공동행사’를 열고 이달말 북측과 실무접촉을 갖자는 의견이 종단측으로부터 제시됐다”며 “민화협과 통일연대측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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