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집안싸움…예산처리 표류

  • 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25분


계수조정소위 문제로 1주일 동안 표류했던 국회 예결위는 7일 오후 소위 구성안을 의결, 10일부터 본격적인 계수조정작업에 돌입한다.

여야는 7일 예결위 간사 접촉을 갖고 13일이나 14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서둘러 계수조정작업을 마치기로 했다. 따라서 올해 예산심사도 막판 초읽기에 몰려 졸속심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으로서는 정부안에서 6조원 이상 삭감하려던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당초 계수조정소위에서 민주당보다 1명을 더 확보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대폭 삭감을 관철하려 했으나 민주당과 동수 구성에 합의하는 바람에 협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검찰총장 탄핵안에 이어 예산안 계수조정에서도 캐스팅보트를 쥔 자민련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민주당측이 당장 7일 밤부터 계수조정작업에 들어갈 것을 주장했지만 한나라당이 다음주부터 하자고 제안한 것도 숨을 돌리고 예산 전략을 새롭게 짜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소위의 동수 구성에 성공함으로써 상당히 안도하는 표정이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이 어느 정도의 예산 삭감을 요구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측 간사인 강운태(姜雲太) 의원은 “한나라당의 복안을 알 수 없어 협상 결과가 어떻게 될지 말하기는 어렵다”며 “관건은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이번 예산안 심사는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게 이 총재의 생각이다. 이 총재가 예결위원들에게 당론을 반드시 관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 여야간의 예산 협상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날도 한나라당 예결위원들은 계수조정소위를 민주당과 동수로 구성키로 전격 양보한 당 지도부의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회의를 갖고 당 지도부를 성토하면서 민주당과의 재협상을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가 교원정년 연장을 추진하다가 여론의 역풍(逆風)으로 궁지에 몰리면서 예산 문제에 있어서도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반발과 성토 이유였다.

정형근(鄭亨根) 임인배(林仁培) 의원은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도 했다. 정 의원은 당 지도부를 겨냥해 “나쁜 놈들이야”라고 흥분했고 임 의원은 “우리가 5공 때 졸(卒)인줄 아느냐. 지도부는 석고대죄해야 한다. 예결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상득(李相得) 당 예결위원장 등의 간곡한 설득으로 한나라당 예결위원들의 반발이 누그러지면서 이날 오후 늦게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계수조정소위 구성안이 가까스로 의결됐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