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민주당 ‘野 辛-愼 퇴진공세’에 속앓이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8시 41분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동시에 자진사퇴 또는 해임을 요구하고 있는 신건(辛建) 국가정보원장과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 처리 문제로 여권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용호 게이트’를 비롯한 각종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정원과 검찰 관계자의 연루 의혹이 불거져 난처한 처지에 빠진 데다, 두 야당이 공조해 국회 사퇴결의안이라도 추진할 경우 수적으로 막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국민 여론이 두 권력기관에 호의적이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여당으로서 대통령이 임명한 국가기관장을 물러나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감싸고 돌 경우 도매금으로 비난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사퇴 불가’ 쪽이다. 20일 당4역회의 후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검찰이나 국정원의 잘못은 당연히 바로잡아야 하지만, 국정원장과 검찰총장을 시한까지 정해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정략적 공세이자 횡포”라고 야당을 비난했다.

그러나 한 재선의원은 “사실 검찰과 국정원이 너무 한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했기에 터지는 사건마다 연루됐다는 말이 나오느냐”며 고개를 흔들었다. 민주당에서 “검찰이 썩었다”는 노골적인 불만이 터져나온 지는 이미 오래 됐다.

◆청와대=야당이 ‘월말’로 시한까지 정해 신건 원장과 신승남 총장의 자진사퇴 또는 해임을 요구하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金弘一) 의원까지 겨냥하는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진들도 야당의 요구는 지나치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고위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뭐 그렇게 성급하게 요구하는지 모르겠다”며 “객관적으로 위법사실이 드러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초당적 국정운영’이라는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의 의미도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야당 주장이 단순한 정치공세인지, 진짜로 낙마시키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야당의 진의가 낙마까지 밀어붙이는 쪽이라면 청와대도 심각한 각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승모·윤종구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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