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사건 전말]"이총재가 북풍조장" 97대선 직전 의혹제기

  • 입력 2001년 11월 13일 00시 12분


법정에 제출한 문서의 서명(위)과 정 의원이 김씨에게 보낸 편지의 서명
법정에 제출한 문서의 서명(위)과 정 의원이 김씨에게 보낸 편지의 서명
‘북풍 사건’의 발단은 1997년 대선 이틀전(12월16일) 한나라당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뒷거래 의혹을 제기한 당시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의 기자회견이었다.

조 대행은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대리한 정재문(鄭在文) 의원이 97년 11월 북한 조평통 안병수 부위원장을 만나 이 총재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북측에 농기구와 비료 등을 제공하기로 계약했다”며 한나라당의 ‘북풍’ 조장 의혹을 주장했다. 조 대행은 또 재미교포 사업가인 김모씨가 정 의원과안부위원장을연결시켰다고 공개했었다.

98년 3월 안기부의 대선 관련 공작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됐고 이 보고서 중에 정 의원이 북측에 360만달러가 든 돈가방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있어 검찰은 이를 근거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결과 검찰은 98년 5월 정 의원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측 인사와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정 의원이 금품을 제공하고 ‘북풍’을 요청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해 정부의 승인없이 북한측 인사를 접촉했다는 혐의(남북교류협력법 위반)만 적용해 정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3월 1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9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번에 법원이 ‘조작된 문서’라고 판단했던 정 의원과 안 부위원장간의 회의록 합의서 등을 법원에 증거물로 제출한 인물은 4년 전 조 대행이 언급한 바로 그 재미교포 김씨다. 김씨는 9월21일 법정에서 “정 의원과 안 부위원장이 만나는 장면을 봤고 회의가 끝난 뒤 북측 인사에게서 회의록과 위임장 등을 넘겨받았다”고 증언했다.

만약 김씨의 증언이 사실이고 회의록과 위임장 등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명났다면 정 의원이 한나라당 이 총재를 대신해 ‘북풍’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입증될 수도 있어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왔을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회의록과 위임장이 ‘명백히 조작된 문서’라고 판단했고 그에 따라 여야는 문서 조작 의혹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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