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DJ 속내가 뭔지”… 총재사퇴 진의파악 부심

  • 입력 2001년 11월 9일 18시 42분


한나라당은 9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후의 정국 대처 방안 마련을 뒤로 미룬 채 일단 국정 협력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한나라당의 실제 속뜻은 김 대통령의 진의를 좀더 시간을 두고 파악해야겠다는 심산이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당 소속 시도지사협의회에서 “(김 대통령이) 진정한 국정쇄신의 길로 나서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며, 정파적 이해를 떠나 대통령 역할에 전념한다면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원내 1당인 우리 당도 국민에게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과거와는 다른 책임감을 갖고 국정운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당직자들은 대부분 김 대통령이 민주당과 손을 끊고 국정에만 전념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은근히 청와대와 민주당의 반응을 살피는 분위기였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당3역회의에서 “김 대통령이 또다시 수렴청정하는 식으로 민주당을 지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중립 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정치 오래 하신 분들은 쉽게 그만두지 못하더라”는 ‘뼈 있는’ 말까지 곁들였다.

안택수(安澤秀) 의원은 “총재직 사퇴는 국민용이고, 실제로는 다른 복안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박관용(朴寬用) 의원은 “임기 1년4개월을 남기고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는 것은 어림 없는 일”이라고 단정했다. 10·25 재·보선 후 민주당 사태가 워낙 복잡하게 꼬여 단순 대책으로는 수습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총재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두어 당내 각 진영을 초토화한 뒤 하나하나 자기 생각대로 당을 ‘원격 조종’해 정리해 나가겠다는 게 김 대통령의 의도인 만큼 앞으로 진행 상황을 봐야 대응책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순봉(河舜鳳) 부총재도 “상당 기간은 김 대통령이 여론 수렴에 나설 것이고 그때까지는 우리도 도와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며 “그러나 만약 또다시 김 대통령이 자기 수족들을 내세워 정권 재창출에 나서는 조짐을 보이면 강경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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