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쇄신요구 내용은]소장파 "쇄신대상 꼭 말해야 아나"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53분


무거운 표정
무거운 표정
10·25 재·보선 참패 이후 민주당에서는 쇄신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쇄신 대상이 누구냐’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고 있다.

소장개혁파 의원들도 “모임에서 구체적으로 몇 사람이 거명되긴 했지만 절대 밝힐 수는 없다”며 철저히 함구하면서 “말하지 않아도 누군지 다 알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다. 5월의 정풍 파동 때도 정풍 대상자의 실명은 끝내 거론되지 않았다. 인적 쇄신이 쇄신의 핵심 요소이지만,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었다.

▼쇄신 내용▼

당정쇄신, 국정쇄신, 당정개편, 당-정-청 개편 등 쇄신을 표현하는 용어도 여러 가지다. 저마다 뉘앙스가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공통점을 찾는다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을 바꿔야 한다’는 인적 쇄신이다.

일각에선 “사람 한두 명을 바꿔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 여권의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이 급선무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그 경우에도 인적 쇄신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당직 개편▼

한광옥(韓光玉) 대표 등 당 지도부 교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과 동교동측은 “당직개편을 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또 바꾸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현 지도부가 이번 재·보선에 무슨 책임이 있느냐는 동정론도 있다. 쇄신특별기구 구성 논의도 현 체제 유지를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순형(趙舜衡) 의원은 “9월 개편은 명백히 잘못됐으므로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즉각 바꿔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29일 열린정치포럼과 바른정치실천연구회에 참석한 소장파 의원들도 같은 입장에 서 있다.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은 ‘전면적 당직개편, 대표의 완전중립, 동교동계 해체’라는 말로 지도부 교체와 특정세력 퇴진을 분명히 요구했다. 29일 중도개혁포럼에서는 한 참석자가 당 외곽의 특정인 퇴진을 주장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과 청와대 참모 개편▼

조순형 의원은 “야당의 의견을 들어 내각을 거국적 성격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 큰 폭의 개각을 주문했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예산안 통과를 위한 필요한 인원만 제외하고 경제팀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 민심이반의 주요 원인이 경제침체에 있는 만큼 큰 폭의 경제팀 개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강운태(姜雲太) 제2정조위원장은 “일본 대만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괜찮은 경제상황을 왜 재·보선 결과와 연계시키느냐”며 경제팀 개편을 반대했다.

청와대 참모 교체 요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각종 모임에선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동교동계와 특정인의 월권 및 전횡을 문제삼는 발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개혁포럼에서도 “인적 쇄신에 청와대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았다. 또 열린정치포럼의 임채정(林采正) 의원은 “전당대회를 논의하기 전에 당-정-청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 포럼 참석자의 일치된 의견이다”고 말하고 있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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