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폭로’ 정국 강경 대치

  • 입력 2001년 10월 21일 18시 20분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 인물이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 모 기업체 스포츠단 정학모(鄭學模) 사장이라는 한나라당의 실명 의혹 공개를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21일 김 의원 등에 대한 즉각적인 검찰의 수사를 촉구한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 유성근(兪成根)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19일)에서 공개한 수사기관의 동향보고서가 한나라당의 주문에 따라 현직 경찰관이 작성한 것”이라며 문건 유출 경위를 문제삼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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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 면책특권 제한’ 공방
- 경찰 정보보고 논란
- 야 “김홍일 여운환 우연한 만남이냐”
- 실명거론 파문 수사착수
- “李총재측 주가조작 연루說 있다”

또 민주당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한계를 거론하고 나섰으나 한나라당은 초헌법적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경찰 정보보고 유출 논란〓민주당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동향보고서에 대해 “한나라당은 경찰의 단순한 정보보고 내용을 정치 공세 목적으로 가공해 마치 우리 당 인사가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악용했다”며 “문건을 넘겨준 사람과 빼낸 사람은 물론 그 배후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김 의원이 8월 초 제주도에서 여운환(呂運桓)씨를 만났다는 제보를 받고 우리 당 제주도 지부를 통해 확인을 요청한 데 대해 임모 경사가 그런 사실이 없다는 걸 확인해주기 위해 정보보고 문서를 보여준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추가 의혹 제기〓권 대변인은 “정 사장이 지난달 말에는 여씨를 모른다고 잡아뗐는데 19일 기자회견에서는 ‘옛날에 알던 사이’라고 말을 뒤집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8월 초 김 의원이 제주도에서 정 사장의 소개로 우연히 여씨를 본 적이 있다고 하는데 우연치고는 너무나 이상한 일”이라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아들이라도 직접 조사해서 모든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권 대변인이 제기한 의혹들은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들”이라며 “당 차원에서 한나라당 유 의원과 안경률(安炅律)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면책특권 제한논란〓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이 19일 면책특권의 한계에 대해 언급한 데 이어 민주당 한광옥(韓光玉) 대표는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 정치개혁 특위에서 면책특권의 악용 등 이번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국회제도의 문제점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를 “현 정권의 부정과 비리가 더 이상 밝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반민주적인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문철·김정훈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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