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격 대화제의 배경]林장관 해임안 표결 하루前 왜?

  • 입력 2001년 9월 2일 23시 08분


2일 북한의 남북 당국대화 재개 제의는 그 형식과 시기면에서 전격적이고 이례적이다. 특히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해임표결을 하루 앞두고 나와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의도〓북한이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열지 않은 일요일에, 더구나 북-중 정상회담이라는 국가적 사업을 하루 앞두고 남북 당국대화 재개 제의를 해온 것은 ‘정치적 고려’가 깊이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총괄 입안해 온 임 장관이 해임될 경우 남북관계가 붕괴되거나, 적어도 새로운 파트너와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난점을 감안해 서둘러 조평통 명의의 방송통지문을 보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통일연구원 허문영(許文寧) 연구위원은 “8·15행사 파문으로 남북관계가 무너지는 것을 북한도 원치 않는 것”이라며 “경제난 극복이 북한의 최종목적이고 남북 경협을 통해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임장관밖에 없다는 점을 북한이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북한이 ‘임 장관 살리기 대가’로 향후 남북대화에서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그동안 ‘선미후남(先美後南)’의 입장을 지켜왔으나 미국의 대북강경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 남북대화를 먼저 진행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화재개 형식 및 회담전망〓정부는 북한의 당국대화 제의에 대해 상호 논의를 거쳐 회담의 형식과 시기 등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친다고 해도 이르면 이달 중 남북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정부는 그동안 남북대화의 형식을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장관급회담과 남북 현안들의 해결을 위한 부문별 실무접촉으로 나눠 진행해 왔다.

특히 3월 5차 장관급회담이 무산된 후 우리측은 △경의선 연결 △이산가족 문제 △개성공단 △금강산 육로관광 △경협 4대합의서 이행 등 5대 실무접촉을 제시해 왔다. 이 점에서 북한이 당국대화를 제의했다고 해도 실은 장관급회담보다는 부문별 실무접촉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부문별 실무접촉만 열린다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문제가 당장 논의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영식·부형권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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