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노보시비르스크 방문 스케치>

  • 입력 2001년 8월 12일 18시 41분


레닌광장역 '감짝방문'
레닌광장역 '감짝방문'
러시아를 방문 중인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노보시비르스크 방문을 마치고 12일 오전 10시 귀국길에 올랐다.

11일 오전 이 곳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근교에 있는 과학기술단지와 수호이 전투기를 생산하는 나포(NAPO), 시베리아철도대학 등을 방문했으며 예정에도 없이 지하철역을 찾아 일반 시민들과 접촉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노보시비르스크역에서 레오니드 드라체프스키 시베리아지구 대통령 전권대표와 빅토르 톨로콘스키 노보 시베리아 주지사 등의 영접을 받고 숙소인 시내 중심가의 시비리호텔로 향했다. 김 위원장은 방이 4개 딸린 최고급 객실에 묵었으며 호텔측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전화선을 부설했다.

숙소를 나선 김 위원장은 시베리아 최대의 과학단지인 아카뎀고로도크에서 가장 큰 연구소인 핵물리학연구소를 방문한 뒤 구내의 ‘학자의 집’에서 니콜라이 도브레초프 과학아카데미 시베리아 분소장 등 학자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그는 학자들에게 에너지와 우주항공 분야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양고기 수프를 주문한 김 위원장은 러시아 방문 일정이 끝나가면서 긴장이 풀린 듯 “시베리아의 보드카가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보드카보다 낫다”는 등의 농담을 하기도 했다. 또 아름다운 시베리아 여성들을 위해 건배를 제의하기도 했다.

도브레초프 소장은 “김 위원장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주도하며 특유의 농담을 쉴새 없이 던졌다”고 전했다.

○…노보시비르스크 시내로 돌아온 김 위원장은 예정에도 없이 “지하철을 보고 싶다”며 시내 지하철역인 레닌광장역을 들러 역 안을 둘러봤다. 승객들이 그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자 웃음으로 답례하기도 했다.

시 당국은 김 위원장 일행이 시내에서 이동할 때마다 도로를 통제했으며 운전자들에게 시내 통행을 자제해줄 것을 미리 요청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나포 방문에서 최신예 수호이 전투기의 시범 비행을 관람했으며 비행기 조립 모습을 보면서 야간투시경 등 광학장비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또 시베리아철도대 방문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의 연계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수행한 김용삼 철도상에게 북한 학생들을 이 대학에 유학 보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초 광복절인 15일 이전에 평양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평양까지의 거리와 특별열차의 속도를 감안할 때 기술적으로 15일 이전 도착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탄 특별열차가 이르쿠츠크 등에서 잠시만 기착하고 계속 달린다 해도 사흘 만에 6000여㎞를 주파하기는 어렵기 때문. 특별열차는 승차감과 철도 사정으로 시속 60∼70㎞ 이상의 속력을 내지 않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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