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신청 장길수君 일가족]체포-북송-탈출…피말린 29개월

  • 입력 2001년 6월 27일 00시 40분


이동학씨 일가족 17명이 두만강의 국경을 넘어 중국에 들어온 것은 99년 1월. 중국 둥베이(東北)지방 지린(吉林)성 옌지(延吉) 등에 은신해 있던 이들은 올 3월 가족 중 5명이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되면서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씨의 처조카인 장길수군의 어머니 정순미씨도 이때 북한에 강제송환됐다.

송환됐던 길수군의 외할머니 김춘옥씨가 용케 다시 탈출해 이들에게 피할 것을 권했다. 북한으로 끌려간 가족이 나머지 가족의 중국 내 행적을 모두 털어놓으면 북한당국이 잡으러 올 수도 있다고 이씨 가족은 느꼈다. 길수군의 그림이 북한당국을 자극했기 때문.

이들은 옌지를 떠나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으로 피했다. 그러나 다롄에서도 이들은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13명에 이르는 대가족이 끼니를 잇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막다른 길에 몰렸다고 생각한 이들은 결국 자신들의 처지를 국제사회에 호소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과정에서 길수군을 돕는 ‘길수가족구명운동본부(대표 김동규)’가 만들어지고 렌크 등 북한인권문제에 반대하는 일본의 민간단체들도 지원에 나섰다.

이들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베이징(北京)사무소를 찾아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하는 한편 한국으로 보내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21일 다롄을 떠나 베이징으로 향했다. 22일 밤과 23일 밤 베이징에 들어온 10명 중 7명이 UNHCR 사무소에서 난민신청을 하게 됐다.

길수군은 이미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인물. 99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비정부민간기구(NGO) 세계대회 때 길수군의 그림이 전시되기도 했다.

작년 5월엔 길수군 일가족이 중국에서 숨어 지내면서 탈북 동기와 과정, 북한 주민의 실상을 알리는 글과 그림을 모아 ‘눈물로 그린 무지개’(문학수첩)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장길수君 일가족 탈북에서 난민신청까지▼

-1997년 1월 : 식량난으로 김봉수씨 일가족 17명 두만강을 건너 탈북

-1999년 10월 11∼15일 : 99서울 NGO 세계대회에서 장길수군 그림전시회 개최

-1999년 11월 13일 : 미국 뉴욕 UN본부 앞 거리 그림전시회 개최

-2000년 5월 5일 : 길수군 눈물로 그린 무지개 (문학수첩) 출판

-2000년 6월 25일∼2001년 4월 30일 :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특별전시실에 길수군 그림 전시

-2000년 3월 20일 경 : 길수군 어머니 정선미씨와 김춘옥씨 등 5명 강제 북송

-2000년 9월 21일: 길수가족구명운동본부 측이 베이징 주재 UNHCR 방문, 난민 지위 인정 요구했으나 거부됨

-2001년 5월 21일 : 김춘옥씨 재탈출

-2001년 5월 22일 :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서 길수 일가족 소개

운동본부 측이 UNHCR 재차 방문, 강제송환 가족과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가족들의 신변보호 등을 요청

-2001년 6월 26일 : 김봉수씨 일가 7명 베이징 주재 UNHCR에 난민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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