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기자회견문

  • 입력 2001년 6월 7일 11시 17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선박이 우리의 영해와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사태에 대해 이 정부가 대처하는 자세를 보면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치솟는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이 정부는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의지가 있습니까?

과연 이 정부에게 이 나라의 안전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영토와 영해를 수호하고 경계선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입니다. 또한 군의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수행해야 할 헌법상의 신성한 임무이기도 합니다.

이를 소홀히 하는 정부는 정부이기를 포기한 것이며, 이를 등한시하는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린 것입니다.

저는 북한 선박이 우리 바다를 제 집 드나들 듯이 하는데도 대통령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영해와 경계를 침범당하고도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여길 정도로 이 정부의 안보불감증이 깊어진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먼저 김대중대통령에게 묻고자 합니다.

대통령은 북한 선박이 우리의 영해와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국민에게 분명히 밝혀주기 바랍니다.

이번 사태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태로 보는지, 우리 정부의 대응은 과연 적절했다고 보는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 대통령은 국민 앞에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우리의 영해와 경계선이 이토록 유린되는데도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방관한 데 대해 대통령은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북한이 우리 영해와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행위는 정전 이후 반세기 동안 유지되어온 남북간의 기존경계와 합의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며, 우리의 안보에 대한 의도적이고 계산된 도발입니다.

정부는 도발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응했어야 합니다. 이런 사태에 대비해서 마련해 놓은 군의 작전예규와 교전수칙에 따라 경고하고 검색하고 나포하는 등의 대응조치를 취했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정부와 군당국은 북한이 사흘에 걸쳐 우리 영해를 유린하고, 심지어 반세기 동안 우리 군이 사수해온 북방한계선마저 침범하는데도, 이를 저지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북한이 우리 영해를 침범하고 있는 바로 그 시각에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취한 조치입니다.

안보회의는 앞으로 사전통보만 하면 영해통과를 허용하겠다고 서둘러 방침을 정했습니다. 심지어 북방한계선의 통과까지 허용하겠다는 방침도 정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도발이 자행되고 있던 그 순간에 나라의 안보를 책임진 사람들이 영해를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영해침범에 대한 면죄부를 주었다니, 도대체 이 안보회의는 어느 나라의 안보회의입니까?

이번 사태로 우리 군의 사기가 떨어지고, 국방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더 심해졌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국가보위의 책무를 소홀히 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한 국방장관을 즉각 해임해야 합니다.

국방장관이 군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사건발생 내내 정치권력의 눈치나 살피면서 굴욕적인 대응으로 일관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당은 안보회의에서 어떻게 이런 무책임한 결정이 졸속으로 이루어졌는지 국회에서 철저히 규명할 것이며, 그 책임의 소재를 명백히 밝힐 것입니다.

북한 선박의 조건부 통항은 남북간 신뢰구축의 일환으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결정해야 합니다.

아직 남북간 군사적 대치상황이 계속되고 아무런 긴장완화 조치도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영해 통항을 허용할 경우, 우리의 안보는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 정권은 왜 이렇게 굴욕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입니까?

만에 하나 이 정권이 나라의 주권과 안보를 내주고서라도 북한의 비위에 맞춰 김정일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구걸하는 것이라면, 또 그리하여 국정위기의 책임을 덮어보려는 의도라면, 이는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도 이런 도발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북한은 이번 사태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우리의 안보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일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북한 선박의 영해 침범이 재발할 경우 정부는 원칙대로 단호히 대응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더 큰 도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우리 당은 남북대화와 화해 협력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도발을 용인하는 것이 화해는 아니며, 안보를 양보하고 구걸해서 얻어낸 대화로는 결코 평화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2001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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