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 3명 "친자확인 국내 법원에 첫 소송"

  • 입력 2001년 6월 5일 18시 36분


아버지의 호적에 입적시켜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북한 주민 손모씨 세남매
아버지의 호적에 입적시켜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북한 주민 손모씨 세남매
북한 주민이 남한측 소송 대리인을 통해 국내 법원에 처음으로 소송을 냈다.

황해 연안군에 살고 있는 손모씨(59) 등 3남매는 5일 6·25전쟁 때 헤어진 남한의 형제에게 소송권을 위임하는 형식을 통해 “지난해 남한에서 사망한 아버지의 친자식임을 확인해 달라”는 인지(認知)청구 소송을 서울가정법원에 냈다.

이번 소송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이산가족들의 호적 정리나 중혼(重婚)에 따른 혼인 무효 소송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손씨 등은 소장에서 “6·25전쟁 당시 월남한 아버지가 연좌제 불이익 등을 고려해 북쪽에 남은 가족들을 남한 호적에 올리지 않아 친자식이 분명한데도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대리한 배금자(裵今子)변호사는 “손씨가 남한에서의 법적 절차를 대신해 달라는 위임장과 편지, 유전자 감정을 위한 머리카락 등을 남한 형제에게 보내왔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전달받은 위임장인 만큼 국내에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변호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손씨가 작성한 위임장은 북한 주민 임모씨의 손을 통해 남북 민간상봉단체에 넘겨졌으며 중국 등을 거쳐 6개월여만인 지난달 국내에 도착했다.

수백억원대 자산가인 손씨의 아버지(87)는 지난해 5월 “북한의 처와 자식들에게 남겨 줄 재산을 남한에서 결혼한 후처와 그 자식 2명이 가로챘다”며 이를 돌려 달라는 소송을 서울지법에 낸 뒤 한 달만에 지병으로 사망했다.

이들은 현재 손씨 등을 호적에 올려 달라는 취적 허가 신청과 함께 아버지의 후처를 상대로 혼인 무효 소송 등을 제기한 상태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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