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연두회견]"언론개혁, 권력자가 하는게 아냐"

  • 입력 2001년 1월 16일 18시 35분


한나라당 의원·원외지구당위원장 청와대앞 시위
한나라당 의원·원외지구당위원장 청와대앞 시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6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유독 검찰권과 언론개혁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히면서 여권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두 쟁점 현안에 대한 이총재의 시각과 향후 전망을 짚어 본다.》

▼언론개혁▼

▽‘권력자가 추진하는 언론개혁은 바람직하지 않다’〓이총재는 “김대통령이 실정(失政)을 비판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는 것을 국민은 다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국민과 언론인 사이에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상당히 높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또 이총재는 “이 정권이 자신의 허물에 대한 언론의 뼈아픈 지적에 세무조사, 대출중단 위협, 표적사정이라는 수단을 동원해서 언론을 탄압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문제를 이용해 방송과 신문의 갈등을 조장하면서까지 언론을 길들이려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국민과 언론, 야당이 이에 당하고 만다면 민주주의도, 경제회복도 있을 수 없다”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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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총재는 “개혁은 권력자가 하는 게 아니라 당사자가 동참해야 가능하다”면서 정부 주도의 언론개혁에 제동을 걸었다. “산업자본이 지배한다든지, 언론사의 재정 구조가 취약하다면 이를 바로잡는 개혁이 필요하겠지만, 그러나 이런 부분도 대통령이 개입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판례를 인용하기도 했다. “너무 지나친 내용을 보도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라도 언론 자유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미국 법원이 이를 적극 보호한 것도 이런 의미”라는 것이다.

이총재는 이어 “중요한 것은 권력으로부터 언론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강력한 정부, 강력한 정치를 말하는 자리에서 언론개혁을 말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적절하고 어떤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검제▼

▽‘소수의 정치검사가 검찰을 망친다’〓이총재는 회견 중 여러 차례 검찰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검찰이 정권의 사주를 받아 우리 당을 분열시키려는 음모를 꾀하고 있다’, ‘지금의 검찰 손에 의해 사건이 밝혀진다고 해도 누가 믿겠느냐’는 식이었다.

이총재는 ‘그렇다고 번번이 특별검사 임명을 요구하면 검찰권에 대한 불신 풍조를 조장할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도 “많은 검사들의 양심과 소신을 믿지만 지도부 몇 사람이 검찰을 멍들게 하고 있다”며 검찰 수뇌부쪽으로 화살을 돌렸다. “일부 정치검사 때문에 권력층의 비리 등 정치적 사안 수사에서 국민의 엄청난 불신을 받고 있어 특검제로 수사를 하자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총재는 그러면서 검찰 수사에는 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특검제가 아닌 한 수사에 협조할 의사가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민주당(115명)과 자민련(20명)은 특검제에 공식 반대하고 있어 한나라당(133명)만으로는 특검제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15일 한나라당이 이번 사건과 ‘DJ 비자금’ 등 정치자금 의혹 사건에 대해 특검제를 실시하자며 국회에 제출한 법안은 표결까지 가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 수사는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의원 체포동의안이 처리되지 않는 한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전망이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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