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리는 '동지'들…동교동계 '權퇴진론'이후 분화징후

  • 입력 2000년 12월 7일 18시 39분


민주당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의 최측근인 이훈평(李訓平)의원은 6일 “요즘은 당내 인사들이 ‘동교동계’를 비난할 때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은 쏙 빠지던데, 한최고위원이 동교동계에서 언제 독립했느냐”고 말했다. 한최고위원에 대한 비아냥이었다.

권, 한 최고위원 두 사람의 갈등과 대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40여년 ‘동교동사 (史)’에서 두 사람이 정면으로, 그것도 세(勢) 대결 양상으로까지 반목한 것은 올 8월 당 최고위원 경선 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한최고위원은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을 지원한 권최고위원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지칭하면서 반발했다.

‘권노갑 2선 퇴진론’ 파문은 경위야 어떻든 권, 한 최고위원 두 사람이 두 번째로 전면전 성격의 충돌을 하게 된 것이었다.

문제는 두 사람의 대립 양상이 야당시절 주류와 비주류간의 소소한 갈등과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두 사람의 대립은 ‘동교동계’라는 담을 넘어 여권 전체에 심각하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보는 당내 인사들이 많다. 이는 앞으로 동교동계의 분화가 더 가속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특히 ‘4·13’총선을 계기로 신진인사들이 대거 당에 입성함으로써, ‘동교동계’라는 간판 자체가 상대적으로 왜소해지고 퇴색한 측면이 있는 것도 분화를 촉진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세력분포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동교동계만을 놓고 보면 권최고위원측이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당 전체를 놓고 보면 한최고위원측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는 최고위원 경선에서 한최고위원이 1위를 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최고위원회의 내에서도 권최고위원은 이인제 정대철(鄭大哲)최고위원의 지지를 얻고 있는 반면, 한최고위원은 서영훈(徐英勳)대표를 비롯해 김중권(金重權)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 장태완(張泰玩) 신낙균(申樂均)최고위원의 지지를 얻고 있다.

다만 청와대의 경우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이나 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은 권최고위원측과 보다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권, 한 최고위원 진영의 대립이 갈수록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들의 세싸움이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 경선구도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최고위원 경선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권―한 싸움’의 저류에는 차기 대선후보로 누구를 내세울 것인지를 둘러싼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권최고위원측은 이인제최고위원을 최우선순위로 꼽고 있다. 대중적 지지도가 높고, 비호남 후보를 내세워야 득표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한최고위원과 김근태 최고위원, 노무현(盧武鉉)해양수산부장관 등은 ‘민주화 운동의 정통성을 지닌 인물’, 즉 ‘정치적 태생과 성장배경’을 중시한다. 이른바 ‘민주정통성론’이다. 또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밑에서 정치를 배운 이최고위원에 대한 견제심리도 적지 않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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