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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1일 14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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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는 이산가족들의 눈물 속에 앰뷸런스 상봉과 병원 상봉 등의 제도적 장치가 확실히 마련돼 모든 상황에서의 만남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남측의 한종은(韓種恩·82·행촌병원 원장)씨는 북측의 여동생 일심(72)씨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어 1일 개별상봉 때도 세 조카만 만나게 되자 그만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일심씨는 5남1녀 중 유일한 막내 여동생으로 가족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는 게 한씨의 얘기이다.
한씨는 특히 일심씨가 고려호텔에서 60리 길의 가까운 곳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여기서 돌아가면 이제 죽는 일 밖에 안 남았다", "아무리 오지 못할 병이라도 가서 얼굴만 보게 해달라"고 행사 관계자들에게 거듭 하소연해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반면 북측 관계지들은 "어려울 것 같다"고 난색을 표명했다.
남측의 김진옥(金眞玉·80·여)씨도 정이 많이 갔던 시숙인 차인규(81)씨가 거동이 불가능해 결국 나오지 못하자 "앰뷸런스라도 타고 와 꼭 한번 보게 해달라"고 읍소해 눈길을 모았다.
당초 거둥불편자로 통보된 북측의 이산가족은 모두 7명. 이 가운데 강경희(姜敬姬·81·여)씨의 두 여동생은 '운신 못함'으로 통보돼 왔으나 상봉장에 거뜬히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 명용덕(明用德·84)씨는 별다른 통보가 없던 큰 딸 영숙(61)씨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나오지 못해 희비가 교차했다.
"병을 얻어 수령님의 은덕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어 못 나온다"는 게 명씨의 북측 가족들이 전한 이유였다.
지난 8.15 1차 상봉 때 서울에서는 양한상씨가 입원 중인 어머니 김애란씨를 병실 상봉했고 3명이 앰뷸런스 상봉으로 그리운 남측 어머니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평양의 한적 관계자는 거듭 병실ㆍ앰뷸런스 상봉을 요청하고 있으나 북측은 아직 아무런 응답을 않고 있어 2일 평양을 떠날 남측 가족들의 애를 태우게 하고 있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