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불붙은 '당정개편론']"동교동계 후퇴를"

  • 입력 2000년 11월 26일 23시 56분


“바뀌긴 바뀔 것이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가 26일 정기국회 후 당정개편 가능성에 대해 묻자 시기는 못박지 않은 채 이렇게 말했다. 가능성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당내에는 아직도 당정개편의 시기와 폭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개편론 갈등〓김근태(金槿泰) 정대철(鄭大哲)최고위원 등은 될수록 빨리, 대폭으로 당정개편을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초선의원 그룹에서도 “현 지도부는 이미 당 안팎의 신뢰를 잃은 만큼 하루라도 빨리 바꿔줘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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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 진영도 당정개편에 적극적이다. 한최고위원측은 또 한나라당과의 대화창구로 정무장관직을 부활시키고, 당정간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상시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당정협의체’를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한최고위원측은 당정개편론이 현재 주요당직을 장악하고 있는 ‘동교동 구파’와의 내부 갈등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 공개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 등은 당정개편에 소극적이다. 그는 20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내년에나 가서 보자”고 말했다.

당내에선 “당정개편론이 각 진영 간의 파워 게임으로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세대표’ 논란〓당정개편론자 중엔 정치이력이 짧은 서대표 체제로는 현재의 위기정국을 돌파할 수 없다며 서대표의 교체 문제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벌써부터 당내 K씨, 국무총리 출신 L씨 등 다양한 인사들이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동교동계 일각에선 내년 상반기 대대적인 개편을 전제로 권노갑최고위원이 한시적으로 대표를 맡아 당을 끌고 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서대표 교체론에 대해서는 반론이 더 많다. 대안부재론을 말하는 사람도 많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서대표만큼 상징적인 인물을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동교동계 2선후퇴론〓동교동계가 당정의 전면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초선의원 그룹에선 “동교동계 충성파를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는 과거 야당식 스타일이 계속되는 한 현재의 위기 정국을 타개할 수 없다”며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일각에선 청와대 등의 범동교동계 인사들도 개편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교동계 측은 “당정개편 논의가 특정인을 겨냥하는 것은 문제”라며 개편논의의 순수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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