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당총재 발표문 전문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1시 33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우리 한나라당은 조건 없는 국회정상화를 선언합니다.

지난 17일 우리 당이 발의한 검찰총장 탄핵안의 국회 표결을 저지한 여당의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민주적, 반의회적 폭거였습니다.

우리 정치사에 씻을 수 없는 수치와 오점을 남기고서도 반성과 사과는커녕, 오히려 경제위기를 볼모로 국민과 야당을 협박하고, 책임을 전가시키려는 이 정권에 대해 저는 분노를 넘어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나라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이 입만 열면 민생을 들먹이는 것은 실로 파렴치한 일입니다. 이 정권의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행태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우리 한나라당은 무조건적인 국회정상화의 결단을 내리고자 합니다.

이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투쟁만 지속하기에는, 나라와 국민이 처한 형편이 너무나도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주가는 가라앉고 환율은 급등하고 있습니다. 엄동설한은 다가오는데, 거리로 내몰리는 실직자와 노숙자는 늘어만 가고, 서민들의 생활은 도탄에 빠져 있습니다. 생존권을 요구하는 농민과 근로자의 투쟁은 봉기의 성격마저 띠고 있습니다.

나라 사정이 이런데도 지금 이 정권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뒷짐을 진 채 침묵하고 있으며, 정부와 여당은 국민기만과 임기응변식 미봉책에만 급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자세는 국정을 포기한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이토록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에게 더 이상 국정을 맡겨놓았다가는 국가의 운명이 돌이킬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지금 우리 사회에 팽배하고 있습니다.

이제 저와 우리 한나라당이 경제와 민생을 살리고 추락한 도덕과 정의를 세우는 국정의 중심에 서고자 합니다. 국정을 포기한 이 정권을 상대할 것이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면서 제1당의 본분을 다하고자 합니다.

이 정권의 무능, 거짓, 부패로 인한 국정파탄은 국민 여러분께서 반드시 심판해 주십시오. 우리 한나라당은 국회에 들어가 시급한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적자금은 적시, 적소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겠지만, 국민의 피같은 돈을 제대로 쓰겠다는 것인지 철저히 따진 후에 동의할 것입니다. 「공적자금관리특별법」도 반드시 통과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중요한 일을 따지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면 또 다른 부실과 위기가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이미 사용한 110조원의 공적자금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투입, 철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서 국민 여러분께 상세하게 보고를 드리고, 잘못이 있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묻고, 그 개선방안을 만들 것입니다.

경제회생과 민생을 위한 개혁입법들도 국민의 입장에서 깊이 검토해서 처리하겠습니다. 내년 예산에 대해서도 철저히 심의해서 방만한 예산집행으로 재정위기가 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의 기본을 바로잡고 원칙을 세우는 일도 추호의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검찰 수뇌부에 대한 탄핵안은 비록 여당의 반민주적 정치폭력으로 무산되었지만, 이미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정치검찰은 반드시 스스로 사퇴해야 하며,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당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해 검찰중립화 법안을 비롯한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관철할 것입니다.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철저히 규명해서 그 뿌리를 뽑겠습니다. 한빛은행과 동방금고 사건은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특검제를 관철해서 국민적 의혹을 풀고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되도록 하겠습니다. 「부정부패방지법」도 반드시 통과되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어렵고 힘들더라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마시고, 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지혜와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저와 한나라당이 앞장서서 노력하겠습니다.

김대중대통령과 정부 여당에게 강력히 촉구합니다. 이제라도 뼈저린 반성으로 사과하고 자기쇄신으로 국민을 위한 바른 국정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김대중대통령이 국정의 최고책임자답게 위기극복의 전면에 나서야 합니다. 원망하고 분노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김대통령은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정권도 살고, 이 나라도 살릴 수 있습니다.

오늘 저와 한나라당의 충정어린 결단이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안정의 새로운 출발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00년 11월 24일(금)

한나라당 총재 이 회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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