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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9일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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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위기인가〓이총재는 “나라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국정이 파탄에 빠져 있고 국민의 삶은 도탄에 빠져 있다”는 말도 했다. 그는 여러 가지 사례를 들었다. 즉 빈사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금융시장, 부실기업 퇴출 등으로 인해 얼어붙은 서민가계, 권력 핵심과 관련된 잇단 대형비리, 의료대란, 교육붕괴, 편중인사, 원칙없는 대북(對北)정책 등을 열거하면서 “국민통합은 이미 물건너갔다”고 주장했다.
▽원인은 무엇인가〓이총재는 △국민적 신뢰 상실 △대통령 1인 통치 △지역편중 인사로 위기가 왔다고 분석했다. 법과 제도가 아니라 대통령 한사람에게 매달리다 보니, 충성심과 지역연고에 의존하는 사람만 중용되고, 정부 각 기관이 권력의 시녀가 됐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특히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신(新)관치’를 꼽았다. 말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국정의 기본철학으로 되뇌지만 실제로는 과거 못지 않은 새로운 관치경제를 펼친 게 문제라는 얘기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관치금융을 청산하고,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한 조직혁신을 단행하고, 공공부문부터 개혁을 솔선수범하라고 이총재는 제안했다. 또 재정개혁으로 국가부채를 축소하고, 지방경제 활성화 대책을 세우고, 과도한 대북 지원을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구조조정은 앞으로 최소한 10년 이상 걸리는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생각부터 버리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민주당 반박〓민주당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논평에서 “야당이 건전한 비판의 도를 넘어 국민에게 지나친 불안감을 주려고 한 것은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자민련 변웅전(邊雄田)대변인도 “현재의 위기는 여야의 정쟁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이총재는 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