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마 박지원씨]'DJ 최측근' 黨內 시기세력에 왕따

  • 입력 2000년 9월 21일 19시 10분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이 20일 전격 사퇴한 데에는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여권 내부의 압력도 크게 작용했다.

특히 6일 민주당 김경재(金景梓)의원의 한빛은행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실시를 촉구한 이후 당내에서 박장관 사퇴론이 급속히 번졌다.

공개적으로 박장관의 사퇴 반대를 주장한 사람은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과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 정도였다.

한 당직자는 박장관 사퇴론의 급속한 확산에 대해 “박장관에 대한 일부 의원들의 사감(私憾)도 부분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전장관은 정통 ‘동교동 맨’은 아니면서 단기간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인물. 김대통령 집권 전엔 최장수 야당대변인으로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김대통령의 동교동 및 일산 자택을 드나들 정도로 신임을 얻었다.

집권 이후에도 그는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과 문화관광부장관으로 있으면서 김대통령을 가장 자주 만나는 핵심 실세였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 박전장관을 시기어린 눈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가 김대통령을 위해 ‘악역(惡役)’을 자주 맡은 것도 ‘내부의 적(敵)’을 키운 주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일례로 97년 대통령선거 TV토론 당시 그는 TV가 자주 비치는 앞좌석에 이미지가 좋지 않은 중진의원들을 빼고 신선한 초선의원들을 앉히려다 중진의원들의 강한 반감을 사기도 했다. 당시 중진의원들은 부부동반이었는데 자존심을 구긴 한 중진의원은 “두고 보자”며 이를 갈기도 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박전장관은 ‘눈엣가시’였다. 그가 오랫동안 김대통령의 ‘입’노릇을 하며 미움을 많이 샀기 때문이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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