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이후 정국]너무 막힌 野, 상호주의 집착

  • 입력 2000년 8월 21일 19시 15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전후해 남북관계가 급진전 양상을 띠면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남북관계 상황인식에 대한 재조명이 당 안팎에서 이뤄지고 있다.

남북 관계에 대한 이총재의 기본입장은 엄격한 상호주의에서 출발한다. 북한에 일방적으로 혜택을 주어선 안되고, 경제 지원을 하되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북한의 개혁 개방 조치를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수 문제를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문제와 맞물려 다뤄야 한다는 이총재의 일관된 주장도 이런 입장에 근거한 것이다. 18일 북한측의 방북 초청을 거절할 때도 이총재는 “이 시점에 야당 총재까지 북으로 쫓아가는 것은 균형 잡힌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남북의 균형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자세가 급변하는 남북 관계에 있어서 꼭 유효적절한 것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과거의 논리와 원칙’에 집착하다 보면 하루하루 달라지는 남북의 상황 변화에 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주장이다.

2개월 전인 6월19일 이총재는 기자회견에서 6·15공동선언과 관련해 “긴장완화와 평화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다” “통일문제가 핵심 합의가 된 것은 북측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했다.이총재는 또 “남북 사이의 합의는 하루아침에 종잇장이 되고 만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정상회담 기간 중 우리가 접한 북한의 모습이 과연 그들의 참모습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 후의 상황변화에 비춰볼 때 이총재의 당시 상황인식 가운데 결과적으로 적절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얘기가 한나라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총재에게 ‘남북관계는 큰 흐름을 타야 한다. 일단 정상회담을 전적으로 환영하고 나중에 문제를 제기하자’고 조언했으나 총재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은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지금이라도 빨리 우리가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이회창총재의 남북관계 발언과 실제 상황 변화
이회창총재 발언쟁점실제 상황 변화
일회성 방문 행사로 그쳐선 안된다(7월6일 국회 대표연설)이산가족 상봉9, 10월 상봉 및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추진
국군포로와 납북자문제를 함께 언급해야 한다(7월3일 의원 연찬회)장기수 문제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에 관계없이 장기수 북송 예정
북한의 모습이 참모습인지 생각해봐야 한다(6월19일 기자회견)북한의 변화개성 관광, 경의선 복원 등 실질적 개방조치 가시화
하루아침에 종잇장이 될 수 있다(6월19일 기자회견)남북공동선언 의미공동선언 후 후속조치 가속화
김정일위원장과도 만날 용의 있다(6월19일 기자회견)방북 문제북의 초청 움직임에 ‘지금은 그럴 때 아니다’고 거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