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상봉예정자 확인요청 봇물

  • 입력 2000년 8월 13일 19시 19분


“혹시 제 동생 소식 좀 물어주실 수 없나요.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만이라도….”

15일 서울과 평양에서 이산가족과 만나는 상봉 예정자들의 집에는 요즘 상봉자 명단에는 빠졌지만 이번 기회에 혈육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하려는 다른 이산가족들의 애끓는 전화와 방문이 끊이질 않는다.

요청하는 사람 대부분은 6·25전쟁 당시 이번 상봉 예정자들과 한 동네 또는 인근 마을에 살았던 이산가족들. 생면부지이지만 이번에 상봉 예정자가 만날 북의 가족이 자신의 혈육과 같은 시기에 의용군에 끌려갔다며 부탁해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북의 형 박종섭(朴鍾燮·68)씨를 서울에서 만나는 종렬(鍾烈·65·충북 청원군 강외면 서평리)씨는 형과 초등학교 동창으로 함께 의용군에 끌려간 형 정완범씨(68)를 찾는 서울의 정진성씨(67)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50여명으로부터 생사확인 부탁을 받았다.

역시 서울에서 북의 형 오경수(吳京洙·70)씨를 만나는 길수(吉洙·68·광주시 동구 학동)씨는 “형님과 별 연관도 없을 법한 사람들로부터도 부탁을 받았다”고 전했다.형 김규설(金奎卨·66)씨를 만나는 규석(奎奭·58·충북 청주시 오동동)씨에게 13일 생사확인을 부탁했다는 청주의 김수옥씨(82)는 “눈을 감기 전에 6·25때 헤어진 동생 2명의 생사라도 알고싶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부탁을 했다”고 밝혔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끼는 상봉 예정자들은 이들의 부탁내용을 성의껏 알아보겠다는 다짐을 밝히고 있다. 박종렬씨는 “확인 대상자의 이름과 나이, 헤어질 당시의 직업 및 상황, 특징 등을 별도로 정리해 형님께 전달해서 북에 돌아간 뒤 확인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형 방환기(方煥基·66)씨를 만나는 환길(煥吉·60·충북 진천군 이월면 송림리)씨는 “우리만 혈육을 만나 미안하던 참이었다”며 “가족 얘기를 좀 적게 나누더라도 이들의 생사확인 요청은 꼭 들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광주·청주〓정승호·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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