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 더 사셨더라면…"이산상봉 앞둔 80代 숨져

  • 입력 2000년 8월 13일 19시 08분


북측 이산가족 상봉단으로 15일 서울에 올 동생 박노창씨(69)와의 상봉을 불과 이틀 앞두고 박씨의 큰형 원길씨(89·서울 은평구 신사동)가 13일 지병으로 숨져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박원길씨는 6월 급성 임파선암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해오다 7일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호흡곤란 증세 등을 보이다 이날 오전 5시반경 숨졌다.

유가족들은 “박씨는 6·25전쟁이 터진 50년 의용군으로 끌려간 노창씨가 전쟁통에 죽은 것으로 알고 지내다 동생이 살아 돌아온다는 얘기를 듣고 무척 기뻐했다”며 “11일에는 병석에서 의식을 되찾아 일어나서는 동생의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대신 전했다.

박씨는 50년 말 노창씨를 제외한 형제자매 4남매를 이끌고 서울로 피란왔지만 여동생 2명이 행방불명됐고 노창씨 위로 두 남동생마저 6년 전과 올 1월 세상을 떠 형제 가운데 남한에는 홀로 남았다.

박씨의 조카 성규씨(54)는 “큰아버지(박원길씨)께서는 ‘조금만 더 살아 반드시 동생 얼굴을 봐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며 “15일 오전이 발인이지만 북에서 오는 작은아버지께서 큰아버지의 영정이라도 볼 수 있도록 발인을 늦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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