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세계무대 극적등장…이미지개선 시도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33분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직접 영접한 것은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극적이었다. 정상회담 일정 협의에 난항을 겪고 회담이 하루 순연되는 등 그동안의 우여곡절도 결과적으로 ‘극적 효과’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 셈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김위원장이 전세계가 주목하는 남북 정상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최고의 의전으로 이끌어냄으로써 대내외적으로 확실한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가 남북정상회담에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데다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생방송을 통해 국제정치무대에 등장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정상회담 순항 예고〓정부관계자들은 “김위원장의 ‘직접 영접’이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알리는 ‘청신호’”라고 말했다. 김위원장이 직접 순안공항에 나온데다 승용차에 동승해 숙소까지 안내한 것은 ‘이번 회담의 성공이 우리(북측)에게도 매우 중요하다’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

한 정부인사는 “회담 준비기간에 북한측의 자세가 굉장히 호의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지만 반신반의하는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며 “이날 의전은 ‘잘하기 위해 회담을 연기했다’는 북측 주장의 진실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김위원장이 첫 만남부터 승용차에 동승하는 ‘허물없음’을 보인 만큼 방북기간 중 숙소를 직접 방문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 선전 효과〓김위원장은 영접행사에서 김대통령과 함께 의장대 사열 등을 하며 많이 걸었다. 전세계적으로 ‘남북한 정상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이런 장면은 외국의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게 북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위원장은 김대통령을 한발짝 뒤에서 따라가며 설명을 하거나 박수를 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연장자인 김대통령을 배려하는 ‘부드러운 남자’라는 인상을 줬다고 한 의전전문가는 말했다.

▽대내적 효과〓김위원장의 ‘직접 영접’은 북한 내에서도 몇몇 최고위층만 아는 극도의 보안사항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순안공항에 환영나온 인파들이 “김정일” “김정일”을 연호하며 감격하는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김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의 첫 자리를 자신이 주도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에게는 “정상회담의 성공은 곧 내가 주도한 업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효과를 노린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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