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北 김영숙 안보였다

평양 순안공항에 내린 이희호(李姬鎬)여사의 카운터파트(상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여사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뒤를 따라 ‘공군 1호기’ 트랩을 내려온 뒤 김대통령을 먼저 영접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환영인사를 받았다. 김위원장은 김대통령에게 두 손을 내밀었던 것과는 달리 한 손을 내밀어 이여사에게 악수를 청했다.

이여사는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이 나란히 북한 군의장대를 사열하는 동안 3, 4m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김위원장의 부인인 김영숙은 현재까지 공개석상에 얼굴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순방이나 외빈 영접시 부부가 함께 하는 서방외교와는 달리 최고지도자가 부인을 동행하지 않는 것이 ‘사회주의 외교’의 특징이기도 하다. 외국 순방 때마다 부인 라이사를 대동했던 구 소련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극히 예외적인 인물이었다.

백화원영빈관에 도착한 김대통령 내외와 김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할 때도 이여사의 상대가 없어 세 사람이 다소 어색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여사는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아 환담을 나눌 때도 조용히 옆자리에 배석했다.

따라서 이여사의 향후 일정에도 김영숙이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때문에 이여사를 안내할 북측 여성고위인사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여사는 평양 체류기간 중 평양학생소년궁전 평양산원 창광유치원 등을 방문하도록 공식 일정이 잡혀 있다.

일단 13일 오전 공항환영행사에 모습을 비친 몽양 여운형(夢陽 呂運亨) 선생의 딸인 여원구(呂鴛九)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이 이여사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여부의장은 이날 오후 만수대예술극장 공연관람 때도 이여사의 옆자리에 앉아 관심을 끌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