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박수…환호…탄성…프레스센터도 감격물결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27분


13일 오전 10시20분경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직접 평양 순안공항으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영접하러 나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취재 중이던 10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은 갑자기 술렁거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취재진들은 기사 작성 작업을 멈추고 일제히 대형 멀티비전과 TV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김대통령을 태운 전용기가 순안공항에 무사히 연착륙할까’ 등을 주제로 얘기를 나누며 초조하게 평양발 소식을 기다리던 취재진은 도착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드디어 김위원장이 직접 공항에 나타나 김대통령을 맞기 위해 비행기 착륙 장소로 서서히 이동하자 “파격적이다”라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김용순(金容淳)아태평화위원장이 영접할 것을 예상해 미리 기사를 송고했던 외신 기자들도 “기사 계획을 전부 다시 짜야 한다”며 부산하게 움직였다.

10시 29분. 김대통령을 태운 ‘공군 1호기’가 순안공항에 착륙해 활주로를 도는 장면이 위성 전송 화면을 통해 나타나자 자연 발생적으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10시 36분. 김위원장이 트랩 설치 장소로 이동한 직후 김대통령이 모습을 나타내자 프레스센터내에서는 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취재진이나 취재를 지원하는 직원들 모두에게 감동과 환희의 물결이 넘쳤다.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이 트랩 아래에서 손을 맞잡는 순간 환호는 절정에 달했다.

프레스센터에서 엄청난 환호가 이어지자 멀티비전 화면에 나타난 평양 모습을 찍던 수십명의 카메라 기자들은 순간을 놓칠세라 환호하는 취재진 등을 찍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수십대의 카메라 조명도 함께 불을 뿜었다.

한 일본 기자는 “김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할 가능성이 더욱 확실해졌다”며 “당분간 한반도가 세계의 뉴스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구촌의 마지막 냉전의 현장에서 해빙의 장면을 취재하는 것은 내 평생의 보람이 될 것”이라며 “한국민 못지 않게 감격스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