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승용차안에선 무슨 얘기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을 떠나 백화원 영빈관에 이르는 약 1시간 동안 동승한 승용차에서 나눈 대화내용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식수행원이 배석한 백화원 영빈관에서의 1차 정상회담보다 두 사람이 오붓하게 승용차에서 나눈 대화에 훨씬 핵심적이고 중요한 내용이 포함됐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을 수행한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은 13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1차 브리핑을 갖고 “차안에서 두 분이 많은 말씀을 나누셨다”며 “그러나 두 분이 앞으로 신뢰를 가지고 대화할 수 있도록 대화 내용은 밝히지 않겠다”고 말문을 닫았다.

하지만 박대변인은 “94년 당시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일성(金日成)주석이 느꼈던 심정이 어땠는지, 정상회담이 진행됐다면 어떻게 됐을 것인지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부연했다. 박대변인은 또 “두 분이 가끔 다정히 손도 잡으시고 앞으로 잘해보자는 말씀도 하셨다”며 “김대통령은 특히 연도에서 대통령을 따뜻이 맞아주는 평양시민과 동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박대변인의 이같은 브리핑 내용을 종합해보면 차량 안에서의 대화는 두 사람이 가끔씩 손을 잡을 정도로 부드럽고도 인간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두 사람은 94년 예정됐던 남북정상회담이 불발로 그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고, 당시 정상회담이 성사됐다면 남북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진전됐을 것이라는데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또 묘향산 별장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노심초사했던 김일성 주석이 갑작스럽게 사망한데 대한 회고와 김국방위원장의 당시 심경 등을 주고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또 남북정상회담에서 반드시 결실을 이뤄 7000만 동포와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전 세계인들의 기대에 화답하자는 의지를 다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평양 일정의 첫 시작인 만큼 구체적인 의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기보다 통일에 대한 민족의 염원과 민족 자결의 원칙 등 두 정상의 마음가짐을 포괄적으로 얘기하며 정상회담의 성공을 다짐했을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