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선발대가 본 '달라진 북한'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02분


북한이 정상회담 손님맞이 준비를 하면서 과거 고위급회담과는 달리 모든 분야에서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서영교(徐永敎)통일부 국장이 7일 전했다.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선발대로 평양에 파견됐던 서국장은 이날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 대표단 상견례에서 북한의 변화된 모습을 이렇게 소개했다. 서국장이 전한 평양의 모습은 정상회담의 진행상황을 미리 짚어 볼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이를 요약 소개한다.

첫째, 과거 회담과 달리 남측 대표단 모두에게 개인별로 1명씩 달라붙었던 안내원이 사라졌다. 대신 그룹별로 안내하는 ‘집단 안내체제’로 변화됐다. 이는 남측 대표단을 밀착 감시하던 과거 모습에서 편안히 ‘안내’하는 체계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번 대표단 가운데 북측 안내원이 개인적으로 배치된다면 이는 감시 목적보다는 오히려 귀빈(VIP) 대접을 해주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둘째, 개인적으로 주는 은밀한 선물을 사양하겠다고 공식 요청해 왔다. 북한 공안요원은 남측 선발대에 “호텔 봉사원이나 운전사 등에게 살짝 선물을 전달하는 것은 ‘공작’의 냄새가 난다”며 “서로 ‘열린 태도’로 만나자”고 제의했다. 다만 북측 책임자에게 공개적으로 감사의 뜻과 선물을 전달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통일부측은 북한의 이런 요청에 비춰 이번 대표단은 북측 관계자와 좀더 가깝게 사귈 수 있고 활동상의 제약도 과거보다 덜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숙소인 백화원초대소의 비품이 92년 고위급회담 때와는 달리 아주 훌륭한 상태였다. 치약, 비누, 수건, 1회용 면도기, 인삼 살물결(스킨로션), 곰표 물크림(밀크로션), 머리비누(샴푸) 등 최고급 북한상품이 비치돼 있어 북측의 세심한 손님맞이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서국장은 “북측의 이 같은 우호적인 태도에서 이번 회담을 남북관계 개선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면서 “북측의 이런 자세에 맞춰 남측 대표단도 상응한 예의를 갖춰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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