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포커스 이사람]차세대주자 주목받는 정몽준의원

  • 입력 2000년 5월 12일 23시 20분


‘정치인 체육인 경제인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면 무엇을 고르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무소속 정몽준(鄭夢準·사진)의원의 답변은 그동안 줄곧 ‘체육인’이었다.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2002년 월드컵 준비에 매달리다 보면 하루가 짧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4·13’총선을 전후해 같은 물음에 대한 답변이 ‘정치인’으로 바뀌었다.

사석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앞으로 축구 관련 외국 출장도 좀 줄이고 정치에 주력하겠다”는 말도 종종 한다. 4선 의원이 돼서야 비로소 정치에 무게를 두는 까닭은 무엇일까.

축구협회에 대한 세무조사로 뒤숭숭한 12일 서울 신문로 협회 회장실에서 만난 정의원은 처음엔 “아무래도 정치가 중요하지 않느냐”며 말을 돌렸다. 그러나 대화의 초점이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모아지자 “만나는 사람마다 ‘대선에 나갈거냐’고 묻는데, 이제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 정의원의 대권 도전설이 나돈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92년 부친인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이 대선에 실패한 뒤, 그에겐 줄곧 ‘차세대 주자’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182㎝의 거구에 수려한 마스크, 서울대 경제학과와 미국 MIT 경영대학원을 거친 학력 등 그의 ‘외형’도 이런 기류에 일조했다.

관심사인 언제, 어떤 방법으로 대권 행보를 구체화하느냐는 데 대해 정의원은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얘기를 했다. “만약 대선에 출마한다면 기성 정당에 들어갈 생각도 있느냐”는 물음에 “이번 총선에서의 자민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 ‘제3당’은 한계가 있다. 국민의 의식 속에는 ‘양당제 구도’가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답한 것.

듣기에 따라선 ‘기회가 닿으면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말이었다.

더구나 한나라당의 대선 주자가 사실상 이회창(李會昌)총재로 굳어지는 분위기인 반면, 민주당은 아직 불투명하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정의원이 내심 ‘민주당 행(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정의원은 대신 “이번 총선에 지역구인 울산 동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갔어도 당선됐겠느냐”는 물음에 잠시 시간을 두고 “당선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정의원 본인은 스스로를 지역감정을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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