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영수회담 사전조율 순조]옛 만남 교훈삼아

  • 입력 2000년 4월 21일 20시 09분


여야의 핵심관계자들은 과거 영수회담 전례를 볼 때 대화정치 복원을 위해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총재 간의 신뢰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두 사람은 98년 11월10일과 99년 3월17일 두차례 단독회담을 갖고 대화와 협력의 정치를 약속했지만 회담이 끝나자마자 오히려 대립이 격화됐다. 그 주된 이유는 상호불신 때문이었다.

한나라당은 두 사람이 단독대좌에서 나눈 밀담을 김대통령 참모들이 흘리는 바람에 불신을 증폭시켰다고 주장한다. 98년 11월 영수회담 직후 여권에서 “이총재가 김윤환(金潤煥)의원 등 사정대상 의원들에 대한 선처를 요청했다”고 흘린 게 대표적인 예. 이총재측은 당시 “사실무근의 얘기를 흘리는 저의가 뭐냐”고 반발, 여야 대화분위기가 깨지고 말았다.

한나라당은 김대통령의 신의도 문제를 삼는다. 지난해 3월 영수회담에서 ‘인위적 정계개편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등 6개항에 합의했으나 회담 20일 후 여당이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 국회표결을 강행한 것도 신의를 저버린 사례로 들고 있다.

여권 역시 이총재의 약속불이행에 대해 불만이 높다. 이 때문에 영수회담문제가 거론되면 여권 핵심인사들 중에는 “그럴 바에야 무엇 때문에 영수회담을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98년 11월 영수회담 때 각종 개혁법안의 처리와 경제청문회 개최 등을 합의했으나 개혁법안 처리는 지지부진했고 청문회는 아예 야당이 참여하지 않는 등 합의사항을 거의 지키지 않았다는 게 여권의 주장. 또 지난해 3월 영수회담에서는 경제난 극복과 실업문제 해결, 정치개혁 입법 등 국정운영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발목잡기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영수회담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국정에 협력하는 진솔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게 여측의 주문이다.

<김차수·양기대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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