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자민련 향한 공격논평 당분간 자제"

  • 입력 2000년 4월 21일 20시 09분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21일 오전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을 급히 찾아 “자민련에 대한 공격 논평은 당분간 지도부와 상의해서 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자민련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사실 총선에서 ‘원내 1당’을 고수했지만 과반수에 4석이 모자라는 형편에서 한나라당이 정국 주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민련과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당장 원구성문제만 해도 원내 17석으로 ‘캐스팅 보트’를 쥔 자민련의 도움만 받을 수 있다면 뜻대로 안될 게 없다.역으로 본다면 민주당이 자민련과의 공조 복원에 애를 태우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산술적 계산일 뿐이다. 양측이 걸어온 ‘정치적 전력(前歷)’을 생각하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하총장과 자민련 강창희(姜昌熙)사무총장이 총선 후 수시로 전화연락을 취하고 강총장이 20일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와 오찬을 함께 하는 등의 움직임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특히 이총무가 21일 “원칙적으로 원내 다수당이 국회의장을 맡는 것이 당연하지만 민주당이 끝까지 여당에서 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할 경우 의장경선도 가능하다”고 밝히고 나서기까지 해 정가 안팎에선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양당 간 공조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자민련이 내세우는 선결조건들도 한나라당에는 저울질하기가 쉽지 않다. 원내 교섭단체 기준을 20석에서 15석으로 낮춰달라는 자민련의 제안을 들어줄 경우 오히려 자민련의 입지만 키워줘 장차 한나라당을 곤혹스럽게 만들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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