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공약자료집 의미]총선 정책대결 유도

  • 입력 2000년 4월 4일 19시 51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일 역대 총선 사상 처음으로 발간한 각 정당의 정견 정책 자료집은 총선을 건전한 정책 대결로 이끌려는 의도에 따른 것.

다만 특정 정당의 정책 공약을 조목조목 비판할 경우 자칫 편파성 시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분야별 정책 공약을 수평적으로 단순 비교하는 데 그친 기법상의 한계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자료집은 총선에 참여한 8개 정당의 정책 공약을 △정치 △사법 윤리 △재정 경제 △통일 외교 통상 △국방 △보건 복지 등 16개 분야로 분류 평가했다.

총론적으로 보면 각 당이 정책 쟁점에 대해 엇비슷한 공약을 제시했으나 민주노동당과 청년진보당 등 진보 정당은 ‘색깔’에 걸맞은 전향적 공약을 내놓았다.

사법 윤리 분야 중 검찰의 중립성 확보 방안과 관련해 한나라당 민국당 민주노동당 청년진보당 등은 상설적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장한 반면 민주당과 자민련은 단지 재정신청 범위의 확대만을 제시했다.

재정 경제 분야 중 금융정책과 관련해 한나라당 자민련 민국당 등 3당은 한국은행에 명실상부한 독립성을 부여해 독자적인 통화신용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한은의 완전한 독립보다는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현안을 해결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 벤처기업 지원 대책과 관련해 각 당은 매우 구체적인 공약을 경쟁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평가됐으나 이들 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점 이외에 뚜렷한 정책 기조의 차이점이 없다는 게 이 자료집의 평가.

이 자료집은 대북 지원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공약이 지원 목적을 벗어나 전용되고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대북 지원품이나 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투명성’보장 방안을 요구하는 등 정부의 대북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민주당은 남북 교류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특히 여러 분야에서 ‘남북한 협의체’구성을 제시한 점이 특징적인 대목으로 꼽혔다.

교육 분야에서는 각 당이 시행 중이거나 실현성이 없는 공약을 남발하고 재원확보 방안을 명시하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소홀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보건복지 분야 중 국민적 논란이 거센 국민연금 및 의료보험 문제의 보험료 징수의 비형평성에 대한 문제점은 잘 인식하고 있으나 그 대책으로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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